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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 취소, F학점 재수강... 대학들, 특혜 논란 속 '의대생 유급방지책' 마련

입력
2024.05.14 12:00
수정
2024.05.14 14: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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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거부 의대생 학칙 예외 적용하기로
의사 국시 연기 검토 이어 '특혜' 논란

13일 서울에 있는 한 의대 도서관 좌석이 대부분 비어있는 가운데, 학생 한 명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에 있는 한 의대 도서관 좌석이 대부분 비어있는 가운데, 학생 한 명이 공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해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대학들이 F학점을 맞을 게 예상되는 과목의 '수강 취소'를 허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집단 유급으로 내년 이후 의대 교육이 파행되고 의사 수급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자발적 집단행동에 대해 학칙까지 바꿔가며 학생을 구제하는 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제출한 의대생 유급 방지 학사운영 조치 계획을 취합해 14일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의대생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대량 유급이 우려되자 교육부는 지난 3일 대학들에 유급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고, 의대 운영 40개 대학 중 37개 대학이 10일까지 대책을 제출했다.

대부분의 대책은 학사운영 규정에 예외를 인정해 주는 식으로 마련됐다. 일부 대학은 1학기에는 한시적으로 유급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규정을 두고, F학점을 받은 과목은 2학기에 재수강해 이수할 수 있게 하는 안을 마련했다. 의대는 유급제를 운영해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된다. 통상 수업일수의 3분의 1이나 4분의 1 이상을 결석한 의대생은 F학점을 받는다.

교육부가 제안한 대로 학사 운영 방식을 학기제에서 학년제로 전환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힌 대학도 있었다. 학기제는 최소 수업일수 30주를 2개 학기에 절반씩 소화해야 해 2학기 개강 전까지 15주치 수업을 몰아서 진행해야 하는 반면, 학년제에선 8월부터 1년치 수업을 몰아서 진행할 수 있어 집단 유급이 시작되는 시점을 늦출 수 있다.

교육부는 의대 예과 1학년생 유급을 막기 위한 조치 계획도 따로 제출받았다. 예과 1학년 때는 다른 단과대 학생과 함께 교양수업을 듣는 일이 많아 학년제 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예과 1학년 유급 예방 조치로 수강과목을 철회 또는 폐강하기로 했다. 또 집단행동에서 복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절학기 최대 이수학점을 상향하기로 했다.

이론수업은 원격과 대면 수업을 동시 진행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수강하면 출석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대학도 있었다. 집단행동 동참을 강요하는 의대생들이 온라인 강의 참석까지 감시하겠다고 벼르는 사례도 있어서, 온라인 수강 여부가 공개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대학도 있었다. 실습이 대부분인 본과 3학년의 경우 필요시 4학년 교육과정으로 실습 일정을 조정하거나 주말을 활용한 집중적 실습 운영을 검토하는 대학도 있었다.

다수 대학은 7월에 원서를 제출해서 9~10월에 실기시험, 이듬해 1월에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의사 국가고시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전날 의사 국시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2020년 의대 정원 국면에서도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에게 정부가 응시 기회를 재차 부여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재응시 기회가 주어질 경우 정부와 대학이 의대생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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