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공언한 것을 두고 위헌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부하자 특별조치법을 벼르는 것인데, 입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행정부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통하지 않고 국회 입법만으로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가 생기게 하는 법을 ‘처분적 법률’이라고 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보편적인 원칙을 규정하는 일반 법률과 달리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전두환 은닉재산 추징법’ ‘최순실 부정재산 환수법’ 등이 그렇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특별조치법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한다고 명시한다. 이를 위해 13조 원가량의 예산 편성과 지급 시기, 방식까지 규정한다. 헌법 제54조가 부여하는 정부의 예산 편성권, 제57조가 억제하고 있는 정부 동의 없는 국회의 예산 증액권을 침범하는 처분적 법률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니 민주당 내에서조차 “처분적 법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이재명 대표)고 했다가 “특별조치법은 처분적 법률이 아니다”(진성준 정책위의장)고 오락가락한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총선에서 이긴 정당은 행정부의 권한을 거침없이 침범하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25만 원의 민생지원금이 위헌 논란을 무릅써도 좋을 만큼 절체절명의 과제라 보기도 어렵다. 국가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소비진작 효과는 별로 없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만 자극할 소지가 크다. 4대 여론조사기관의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찬성 응답이 46%, 반대 응답이 48%로 나오는 등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팽팽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돈을 주겠다는 데도 반대가 절반이 넘는다는 건 실제로는 이 정책이 국민들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도대체 누굴 위한 ‘25만 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저 정책 선명성을 높여 이재명 대표의, 또 민주당의 정치력을 높이겠다는 것인가. 정말 민생과 경제를 걱정한다면 이보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 정부의 협조를 얻어 추진하는 게 수권정당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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