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하루 만에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당에서 관련된 정책적 검토는 없었다"고 선을 긋자, 박 원내대표는 "종부세 완화는 국민 요구 사항이 많아 그만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종부세 완화를 둘러싼 원내 1당 지도부 간 엇박자는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바람직하지 않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동시 상승으로 1주택 종부세 대상자가 급증했고, 이에 따른 종부세 부담이 투기와 무관한 1주택 실거주자에게 고통을 줬다는 비판이 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억제한 배경이다. 이에 2023년 1주택 종부세 대상자는 11만1,000명으로, 2022년(23만5,000명)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박 원내대표 구상처럼 1주택 실거주자에게 집값에 관계없이 종부세를 면제해 준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강남 3구에 비싼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이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지방에 여러 채의 저가 주택을 소유한 이들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양극화가 가속화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도 일시적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완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친명'인 박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이재명 대표의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책임 있는 수권정당이라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주거 안정과 국민 부담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셈법이 우선한 세제 완화 검토는 제도의 일관성을 해치고 시장에도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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