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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우크라, 결국 '수감자 징집' 하나… 의회 법안 통과

입력
2024.05.09 14:40
수정
2024.05.09 14:4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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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국회의원 등 제외 군복무 허용'
의회서 압도적 통과… 찬성 279, 반대 0
"병력 부족 해결에는 역부족" 한계 여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키이우에서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키이우에서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의회가 범죄로 수감 중인 이들을 징병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며 병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징병 가능한 수감자 수가 적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우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찬성 279표, 기권 11표로 이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대표는 없었다. 법안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명해야만 발효된다.

러시아군 병력, 우크라군 7배

법안 핵심은 수감자의 군복무를 허용하기 위해 조건부 가석방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다만 남은 형량이 3년 미만이어야 하며, 가석방 승인 여부는 법원이 최종 판단한다. 성폭행을 저질렀거나 부정부패로 수감된 전직 국회의원 및 장관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살인범 역시 지원할 수 없지만 과실치사로 수감된 경우 법원 재량에 따라 허용된다. 징집된 수감자들은 별도의 특수부대로 편성된다. 복무 기간이 종료되거나 전쟁이 끝나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이는 최근 극심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의 고육책으로 평가된다. 현재 일부 전선에서는 러시아군의 병력 규모가 우크라이나군의 약 7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크라이나 내 징집 논의는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전쟁 초기부터 장교들이 뇌물을 받고 복무 심사 서류를 위조하는 등 징집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큰 데다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2년이 지나가면서 국민적 피로감도 상당하다.

집권당인 인민의종의 올레나 슐리악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리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진 적(러시아)과의 전면전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징집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낮추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지난 7일 동부 도네츠크주의 한 지역에서 경계 업무를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지난 7일 동부 도네츠크주의 한 지역에서 경계 업무를 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부패 공무원 악용 우려"

다만 법안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부패 혐의로 수감된 고위직들이 이 법안을 빌미로 징역을 피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키이우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반(反)부패행동센터’는 성명을 내고 “(제외 대상자 명단에는) 대통령실, 공기업, 사정기관 관계자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지난 몇 년간 반부패 활동의 일부가 헛된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조치가 우크라이나군 병력 부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충원되는 병력은 수천 명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수십만 명에 비해 일부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NYT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젤렌스키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예측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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