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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공인" 71%···"범죄나 비윤리적 행동, 알권리 있다" 8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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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과 K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문화예술이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일으키고 있으며 한국 연예인에 대한 인기와 관심도 높다. 인기만큼이나 연예인의 사생활이나 언행, 또는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한 논란도 많은 것을 보면, 사람들은 연예인에게 단순히 노래나 연기를 잘하는 것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의 역할은 무엇이며 연예인의 생활 중 어디까지가 사생활이고 어디까지가 국민의 알권리일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4월 5~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연예인의 역할과 사생활, 그리고 대중의 알권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연예인을 공인(公人)이라고 생각할까? 만약 그렇다면, 연예인에게도 공인에게 기대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할까?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1%는 연예인을 공인으로 간주했다. 이는 공인의 사전적 의미(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에 정확히 부합하는 정치인(9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또한 기업인(54%), 운동선수(57%), 학자·교육자(53%), 종교인(49%)을 공인이라고 간주하는 사람보다, 연예인을 공인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다.
연예인이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준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전체의 84%로, 정치인(88%)이나 기업인(85%)의 영향력과 유사하다. ‘매우 영향을 준다’는 응답만 놓고 보면 정치인 53%, 연예인 39%, 기업인 32% 순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정치인 다음으로 높다.
연예인에게 기대하는 행실에 대해서도 물었다. 10명 중 9명은 연예인이 신중한 언행과 경솔한 발언을 자제(92%)하고, 대중과 청소년에게 모범(91%)을 보이며,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89%)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 존속과 구성원들 간 평화를 유지(78%)해야 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69%)해야 한다는 응답은 개인적 차원의 행동거지보다 낮으나, 10명 중 7~8명 정도는 연예인이 사회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대중은 연예인을 단순히 유명한 직업인 혹은 셀럽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하는 ‘공인’으로 여기고 있다.
대중들은 연예인의 직업적 성취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그들의 사생활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다수의 사람이 연예인의 공식적인 활동일정(66%), 봉사활동 및 기부활동(61%) 등 공식적·공익적 생활에 관심을 가진다고 답했고 동시에 가장 개인적인 사생활이기도 한 ‘연애 여부 및 연애 상대’(61%)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사적 정보라고 볼 수 있는 연예인의 전화·문자·카카오톡 내용(35%), 거주하는 곳(37%), 일상적인 식사·만남(33%), 음주·흡연 여부(36%)에 대해서도 3명 중 1명이 관심을 갖고 있다.
연예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직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개인적·사적 정보까지도 사람들에게 당연히 알려져야 하는, 소위 말해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연예인의 공식적인 활동 일정(51%), 봉사·기부활동(39%)에 대해서만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외 다른 개인적·사적 정보를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현저히 적다. 가장 관심도가 높은 사생활 중 하나였던 연예인의 연애 여부 및 연애 상대가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는 정보라는 사람은 11%로 관심도(61%)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연예인의 전화·문자·카카오톡 내용(3%), 일상적인 식사, 만남(4%), 음주·흡연(9%) 등 가장 개인적인 차원의 사생활 정보를 알권리가 있는 정보로 판단하는 사람도 소수이다. 연예인은 영향력 있는 공인이기는 하나, 한편으론 흥미로운 가십(gossip)을 위한 존재로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연예인의 사생활이 범죄 혹은 비윤리적인 행동과 연결된다면,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는 인식이 크게 높아진다. 연예인의 마약 섭취 및 유통 사실(88%), 성매매 사실(87%), 불륜·바람·따돌림 사실(82%)에 대해서는 10명 중 8명 이상이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고 평가하며 ‘허위광고·음주소란·금연장소에서 흡연’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76%가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고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사실로 확인된 범죄나 비윤리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단순히 범죄나 비윤리적 행동이 ‘의심되는 정황’일 때에도 10명 중 6~7명이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고 본다. 이는 앞서, 다수의 사람들이 연예인을 공인으로 인식하고 사회에 모범이 되는 행실을 요구하는 것과 이어지는 결과이다.
다만 연령대별로 ‘사실’을 알권리라고 인식하는 경향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의심되는 정황’도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는 인식은 연령대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사실’이 알권리가 있는 정보라는 인식은 20·3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결과적으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의심되는 정황’과 ‘사실’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으며 연령대가 낮을수록 ‘의심되는 정황’보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알권리라는 인식을 갖는다.
또한, 18~29세에서 ‘불륜·바람·따돌림 의심 정황’이 알권리라는 응답이 71%로, ‘마약 섭취 및 유통 정황’(76%)보다 낮고, ‘성매매 의심 정황’(67%)보다 높다. 요즘 연예인 논란이 많은 ‘학폭’ 이슈가 젊은 세대에서 마약 혹은 성매매 등의 중범죄만큼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민감한 사생활이라고 볼 수 있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내용’과 범죄 혹은 비윤리적 행동이 ‘의심되는 정황’이 충돌하는 경우에 사람들의 판단은 어떨까? 사생활 보호를 위해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견과, 국민 알권리를 위해 내용을 공개해도 된다는 의견이 양분되는 경향을 보인다.
‘마약 투약 혹은 유통’의 수사 과정에서 언론 등에 공개되는 메시지 내용을 사생활 침해라고 보는 사람은 42%, 알권리에 해당하는 정보라는 사람은 50%이다. ‘성매매’ 관련 메시지는 사생활 침해가 43%, 알권리에 해당하는 정보 47%이다. 마약과 성매매에 대해서는 메시지 내용이 알권리에 해당하는 정보라는 응답이 소폭 더 높다. 반면 ‘불륜, 바람, 따돌림 가해’ 관련 메시지 내용은 알권리에 해당하는 정보 42%, 사생활 침해가 47%이고 경범죄에 관련 메시지는 알권리가 32%, 사생활 침해가 57%이다.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을 알권리에 해당하는 정보로 보는 사람은 3%로 극소수이나, 그것이 범죄 혹은 비윤리적인 행동과 연결될 때는 ‘알권리’와 ‘사생활 침해’ 인식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연예인은 공인이기 전에 한 인간이며 피의자로 의심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판결 전까지는 그들을 범죄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판결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의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도 높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전화, 문자, 카카오톡 내용 등 아주 개인적인 사생활이 범죄의 핵심 내용이 아님에도 언론에 공개되어 사생활이 침해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물론 연예인은 공인으로서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연예인을 향한 지나친 관심, 공인으로서 요구하는 의무를 사생활 간섭과 동일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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