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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조림과 소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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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칼치’. 예전엔 갈치를 이렇게 불렀다. 긴 칼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한자 이름도 '칼 도' 자가 들어간 도어(刀魚)다. 서양 사람들 눈이라고 다를까. 그들은 옛날 선원이나 해적들이 쓰던 칼(cutlass·커트러스)을 떠올려 커트러스피시(cutlassfish)라고 한다.
날이 더워질 때 잡히는 갈치 새끼는 풀치다. 산갈치는 몸이 너무 커서 산으로 올라간다는 속설의 주인공이다. ‘목포 먹갈치 제주 은갈치’는 잡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먹갈치는 그물로 잡아 하얗게 빛나는 은분이 군데군데 벗겨져 붙은 이름이다. 은빛이 선명한 은갈치는 낚시로 한 마리씩 낚아 올린다.
갈치를 경상도에선 번젱이, 칼치라고 한다.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도 칼치다. 갈치가 ‘칼치’에서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언어학자들도 갈치는 ‘칼[刀]’이 유기음화하기 이전의 형태인 ‘갈’에 접미사 ‘-치’가 붙은 것으로 본다.
제주 바다 위 배에서 먹은 갈치회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억새가 은빛으로 물결치던 날 새벽, 윤슬을 헤치고 잡아 올린 갈치가 어찌나 빛나던지 회를 먹은 건지 해를 먹은 건지 지금도 헷갈린다. 그날 갈치에 호박과 배춧잎을 넣고 끓여 먹은 갈칫국은 지금껏 가장 제주다운 음식으로 남아 있다.
전국의 맛있는 음식이 골목골목 들어앉은 남대문시장에선 갈치조림이 인기다. 토막 낸 갈치를 도톰하게 썬 무 위에 올리고 매콤한 양념을 끼얹어 끓여내면 술꾼들에겐 안주로 그만이다. 갈치골목 한 식당 주인은 “양념이 생선과 무에 골고루 밸 때까지 잘 조리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줬다.
‘조리다’와 ‘졸이다’의 차이가 궁금하다. 조리는 것은 고기, 생선, 채소 등에 양념장과 물을 넣고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하는 요리 방식이다. 간장에 쇠고기를 넣고 조린 반찬은 장조림, 감자를 넣은 건 감자조림이다. 갈치를 양념장에 조리면 갈치조림이, 고등어를 넣으면 고등어조림이 된다.
‘졸이다’는 ‘졸다’의 사동사다. 졸다는 찌개, 국, 한약 등의 물이 졸아 분량이 적어지는 것. 그러니 졸이다는 끓여서 물의 양을 줄어들게 한다는 뜻이다. 찌개와 국은 국물을 너무 졸이면 짜서 못 먹을 수도 있다.
둘 다 끓이는 과정이 있지만 목적은 달라 구분하기 쉽다. 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끓이는 건 ‘졸이다’로, 양념이 배어들게 끓인다면 ‘조리다’로 쓰면 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속이 탈 것처럼 마음 졸이는 날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날엔 친구와 얼큰한 갈치조림에 소주 한잔하시라. 초조했던 속이 풀리면서 없던 힘이 생겨날 것이다. 친구와 소주 한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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