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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 맞서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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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중국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 이래 거의 모든 포악하고 옹졸한 권력자들은 선대의 성덕을 기록한 책들을 불태웠다. 존 밀턴이 ‘실낙원’에 썼던 말처럼 사람은 이성의 피조물이지만 책은 이성 자체여서, 책을 죽이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제 입맛대로 재정비(?)하는 근본적인 과업이라 여긴 거였다. 2012년 알카에다가 아프리카 말리의 팀북투를 점령한 뒤 맨 먼저 한 짓 중 하나도 중세 필사본 등이 포함된 기독교 서적들을 수거해 불 지른 거였다.
1933년 권력을 장악한 나치 히틀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선전부장관 요제프 괴벨스를 앞세워 그해 5월 10일 수도 베를린 오페라광장에 2만여 권의 책을 쌓아 놓고 불을 지르는 이벤트를 열었다. 갈색 셔츠 차림의 나치 돌격대 ‘스톰 트루퍼스(Storm Troopers)’와 독일 학생들은 괴벨스의 지휘하에 불 속에 책들을 던져 넣으며 환호했다.
유대인이 쓴 책, 나치 기준 ‘비독일적’ 사상을 담은 모든 책이 분서 대상이었다. 아인슈타인과 프로이트, 앙드레 지드, 막심 고리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책들, 헬렌 켈러와 잭 런던, 하인리히 만과 토마스 만,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들이 거기 해당됐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아마도 가장 도드라진 불덩이 위에 놓였을 것이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마오쩌둥과 홍위병들은 ‘자본주의의 병원균’이라며 책을 불태웠고 스리랑카의 불교도들은 민족의 번영을 가로막는 원흉이라며 타밀어 역사와 문학서적들을 불태웠다. 나치에게 그 책들은 아리안 민족을 희생자로 만든 유대인 집단 음모의 상징이자 영혼의 결정체였다. 히틀러가 등장하기 약 100년 전, 독일계 유대인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는 "책이 불태워지는 곳에서는 인간도 불태워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매년 5월 10일 독일 일부 도시 시민들은 나치의 분서를 환기하며 ‘망각에 맞서는 책 읽기’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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