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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의 삶과 문화에 관한 최고의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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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11월 1일, 미국 뉴욕 등 동부 주요 도시 가판대에 새로운 잡지가 등장했다. 개구진 표정의 백인 소년들이 한 흑인 소년을 에워싸고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표지로 한 월간지 '에보니(Ebony)' 창간호였다. 'Life' 등 기존 매체가 외면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해온 흑인의 모습, 특히 아프리카 원주민의 미개한 이미지를 필터처럼 들이대 온 관행에서 탈피해 “흑인의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그들의 삶과 성취를 통해 보여주고자” 흑인 출판인 존 H. 존슨(John H. Johnson)이 만든 잡지였다.
창간호는 흑인 작가 리처드 라이트와 가수 헤이즐 스코트 등의 프로필과 함께 브라질의 인종차별, 필라델피아 예술품 시장의 흑인 작가들을 소개하는 기사와 사진 등으로 구성됐다. 잡지는 창간호부터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빌리 홀리데이와 마일스 데이비스 등 재즈 뮤지션, 정치인 셜리 치솜과 법관 서굿 마셜, 작가 마야 앙겔루 등 잡지가 소개할 인물은 무궁무진했다. 1957년 마틴 루서 킹 목사도 ‘삶의 조언(Advice for Living)’이란 제목의 칼럼을 연재했다.
존슨은 1951년 시사 주간지 ‘Jet’도 창간했다. 시카고의 14세 흑인 소년이 미시시피주 친척집에 들렀다가 백인들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한 1955년의 ‘에밋 틸(Emmett Till) 사건’을, 관 속에 안치된 아이의 사진과 함께 세상에 처음 알린 것도 Jet이었다. 에보니와 Jet의 기자들은 그해 몽고메리 행진 등 1950년대 이후 흑인 인권운동 현장에도 당연히 있었다.
1980년대 전성기 에보니는 미국 흑인 가구 40% 이상이 구독했고, 존슨은 1982년 포브스 선정 ‘400대 미국 부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게티(Getty) 재단 산하 게티 박물관의 근현대 흑인예술 큐레이터 겸 연구원 르론 브룩스는 “20세기 미국 흑인의 삶과 문화에 관한 한 에보니만 한 아카이브는 없다”고 평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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