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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컬럼비아대 반전시위, '시위꾼' 선동? 팩트 체크 결과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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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피어슨은 미국 뉴욕 맨해튼 헬스키친 지역에 사는 중년 색소폰 연주자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요구(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격을 돕는 기업을 상대로 한 대학의 투자 철회 등)를 알게 됐고, 지난주 해산하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경고하는 경찰에 맞서 시위대와 팔을 걸고 버티다 난생처음 체포됐다.
전미 대학 반전 시위 도미노의 단초가 된 뉴욕 컬럼비아대 집회가 전문 ‘시위꾼’의 선동에 의해 과격화했다는 치안 당국 및 대학 측 주장이 타당한지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검증했다. ‘팩트 체크’ 결과는 “아니다”였다. 체포자 면면을 살펴봤더니 학생들을 휘어잡을 정도로 시위에 능란한 꾼들보다, 피어슨처럼 그저 학교 가까이 살다가 그들을 도우러 갔을 뿐인 뉴욕 주민이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NYT는 4일(현지시간)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 해밀턴 홀을 점거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100명 넘게 체포한 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등이 ‘대학과 무관한 외부 선동가가 학생들이 더 과격한 전술을 쓰게끔 부추겼다’고 비난했다”며 경찰 기록 검토와 시위 참가자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그 주장이 사실인지 따졌다.
대학과 무관한 30여 명의 체포자 중 10년쯤 전 캘리포니아주(州) 시위에서 경찰을 따돌리려 변장하고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전력을 가진 이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애덤스 시장이 지목한 그런 부류는 극소수였다. 대다수가 반응한 것은 시위에 합류하라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 따위였으며, 그들을 움직인 것은 연대감과 호기심이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NYT 조사 결과 일단 ①상습 시위자가 많지 않았다. 생애 대부분을 컬럼비아대 지척에 산 컴퓨터 프로그래머 매슈 카발레토(52)도 체포된 경위가 피어슨과 비슷하다. 경찰이 진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텃밭 고추를 가꾸고 있었다. 철제 개 밥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학생들에게 달려간 그는 경찰 지시를 거부한 채 교차로 복판에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고 한다.
②시위에 여러 번 참가한 사람도 학생 시위를 조직하거나 주도하는 역할을 맡지는 않았다. 지난달 다른 시위에서 라이터로 이스라엘 국기에 불을 붙여 기소됐다가 지난주 해밀턴 홀에서 붙잡힌 변호사 제임스 칼슨(40), 보모 일을 하며 불어나는 가자지구 희생자 수를 보며 안타까워하다 컬럼비아대에 농성 텐트촌이 생긴 뒤 물품을 챙겨 주는 식으로 시위에 발을 담근 뉴요커 로즈 체레토(27)가 그런 사례다.
③대학 측이 사실보다 과장된 외부인 체포자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밀턴 홀을 점거했다가 연행된 40여 명 중 13명이 대학에 연고가 없다는 게 컬럼비아대 측 설명이었지만, NYT가 경찰 기록과 견줘 보니 그중 4명은 과거 학생·직원이었거나 현재 그런 신분이었다. 왜 대학 측 숫자가 다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④경찰의 마구잡이 연행 정황도 포착됐다. 컬럼비아대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의 그레고리 플루그펠더(64) 교수는 기습 직전 집합한 경찰들의 사진을 찍다가 붙잡혔다. 학과 건물로 들어가라는 경찰 말을 안 듣기는 했지만 시위에는 아예 가담하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것은 시각 문화 역사가인 내게 중요하다”고 그는 항변했다.
외부 세력 선동론은 1950, 60년대 흑인 민권 운동 시절부터 공권력이 불온 집회 차단 목적으로 써먹어 온 도구라는 게 전문가 얘기다. 앨던 모리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NYT에 “외부 선동자 혐의는 시위와 시위대에 불법 낙인을 찍으려는 의도의 경찰 측 무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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