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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의장, 또 바뀔까?

입력
2024.05.07 04:30
27면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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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왼쪽) 미국 공화당 의원과 토머스 매시 공화당 의원이 1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해임안에 대한 투표를 다음 주 요청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저리 테일러 그린(왼쪽) 미국 공화당 의원과 토머스 매시 공화당 의원이 1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해임안에 대한 투표를 다음 주 요청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마저리 테일러 그린(공화) 하원의원이 같은 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곧 제출한다.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법안을 민주당과 합의해서 통과시킨 것을 문제로 삼고 있다.

그린 의원은 조지아주에 지역구를 둔 공화당의 대표적인 극우분파 여성의원이다. 2020년 처음 당선될 때 다양한 '음모이론'을 주장하고 '백인우월주의'에 동조해서 주목을 받았다. 당선 직후에는 폭력 사용을 부추기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서 하원의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축출되는 징계를 받았다. 2022년 무난히 재선되었으나, 작년 6월 같은 당 소속 동료의원을 모욕해서 극우분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에서도 쫓겨났다. 2023년 1월 매카시 하원의장을 선출할 때 본회의 도중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동료의원에게 건네주는 장면으로도 유명하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법안은 공화당 의원 절반 이상이 반대했지만 통과했다. 하원 다수당이 공화당인 상황에서 굳이 하원의장이 무리할 필요가 없는 경우였다. 1990년대 이후 공화당에서는 "당 소속의원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는다"는 관례(일명 해스터드 규칙)를 지켜왔는데,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극우분파는 물론이거니와 주류 보수 의원들도 화를 낼 만하다.

하지만, 그린 의원이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했을 때 동조하는 의원들은 거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극우분파의 과도한 영향력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원하는 법안도 극소수 극우분파 의원들 때문에 통과시키지 못하고, 그 때문에 꼭 필요한 것들은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바람에 입법 내용이 너무 중도적으로 바뀌어 왔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지도부는 존슨 하원의장 해임안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번 매카시 의장 해임 때와는 정반대인데, 역사적·관례적으로 소수당에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당 일각에서 그 대가로 몇몇 민주당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약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은 소속의원들의 자유투표를 허용하는 수준이 될 듯 보인다.

해임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이 안건의 심의를 보류하자는 투표('table motion'이라고 불림)를 통해 결국 해임안이 무산되리라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 내부의 분열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리는 상황인데, 공화당 꼴이 조금은 우스워질 듯 보인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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