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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자 모두 미용 의사가 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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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알다시피 의사 시험, 변호사 시험 등은 국가에서 주관한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이 전문직의 서비스 품질을 판단하기 어려우니 국가가 대신해서 ‘품질 보장’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전문직 면허제도가 품질 보장보다 인원 공급 제한을 위해 쓰이면 어떻게 될까. 좋은 일자리의 확대가 여의치 않고, 불평등은 커지게 된다. 사실 정말로 능력을 갖춘 의사가 필요해서라면 의대정원 통제보다 자격시험을 엄격하게 치르는 게 더 합당한 방법이 아니겠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문직 서비스 분야는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정부가 면허 발급 등 다양한 규제를 실시하지만, 이런 규제는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며, 사회집단 간 형평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전문자격사제도 개선방안 연구)고 지적한 바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의대 증원 갈등 속에서 “어차피 증원해 봐야 필수의료로 안 간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필수의료지원 대책에 따라 다르겠지만, 설사 이런 주장이 맞다고 쳐도 우리는 의사가 더 필요하다. 증원한 의대 졸업생들이 모두 필수의료가 아니라 피부 미용분야를 선택하더라도 실보다는 득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의대 증원의 1차 목적은 필수·지역의료 분야 인력 공급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주장대로, 늘어난 인력이 필수의료로 가지 않으면 의대 증원은 해악이거나, 불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공급 확대를 통해 미용과 같은 비필수 분야의 과도한 수익 보상을 줄여, 필수의료진의 상대적 박탈감을 축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공급을 확대하지 않고는, 아무리 건강보험 재정을 필수의료 수가에 투입해도 가격 통제가 없는 비급여 피부·성형 부문 등의 수익을 크게 능가할 순 없다.
공급 확대는 의사 개인별 기대 수익을 줄이기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의사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엄격한 급여 관리가 뒤따르면 될 일이다.
사실 의대 증원 문제는 일자리 및 산업 정책의 틀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절실하다. LG경영연구원은 ‘서비스 산업 혁신에서 찾는 내수성장의 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업무 영역이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고, 그 결과 의사면허 없이 행하는 유사 의료행위들에 대해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직능제도의 이 같은 경직성으로 인해 국내 서비스 공급이 소비자의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해당 업종의 성장기회를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노력과 별도로, 산업 성장 측면에서 피부·성형 분야의 수요 폭발은 공급 확대를 필요로 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의료 이용자(60만5,768명)가 전년보다 144.2% 급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들 절반 이상이 피부과(35.2%)와 성형외과(16.8%)에서 진료받았다. 의대 강의에도 포함되지 않는 미용시술, 문신 분야 등은 의사 자격증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국,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 등에서는 자격을 갖춘 간호사가 보톡스·필러 등의 시술을 할 수 있다.
의대생·전공의의 수업·업무 거부의 끝이 보이지 않아 의료체계의 붕괴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이 책임은 의대 증원을 추진한 정부에 있는가, 아니면 증원을 이유로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게 있는가. 어느 쪽에 마음을 두는지는 저마다 다르겠으나, 후자가 무서워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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