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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휴진 첫날 의대교수들 피켓 시위… 환자들은 여전히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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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안전진료를 담보하기 위해, 교수의 진료 역량 및 건강 유지를 위해, 4월 30일 하루 휴진합니다."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병원 로비에선 흰 가운을 입은 의대교수 7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시위에 참여한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의대 증원) 정책은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며 "간절한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날 자기 진료실에도 '오늘 외래는 휴진입니다'라는 안내문, '의사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호소문을 함께 붙였다. 진료실 대신 로비에 선 교수들을 본 환자들은 대부분 그냥 지나쳤지만, 일부는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이 예고했던 대로 이날 주 1회 휴진에 돌입했다. 휴진 여부는 각 교수의 자발적 결정에 맡겨진 데다, 사전에 진료 일정 등을 조정한 덕에 큰 혼란은 없었다. 다만 전국 각 대학으로 휴진 움직임이 확대되면 환자들의 불편 역시 더 가중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는 중이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빅5'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이 이날 외래진료와 수술 등을 중단했다. 서울 밖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고대안산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등의 교수들이 휴진에 동참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5월 3일부터 매주 금요일 휴진할 예정이다.
이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휴진에 관한 사전 통보가 이뤄졌기 때문인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교수들이 휴진했지만, 진료나 예약 접수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교수들도 의료 공백 등을 우려해 일률적으로 휴진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각 교수들 자율에 맡겨져 공식적인 휴진 규모 집계는 어렵다"며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 진료는 정상적으로 이뤄져 큰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진기 대신 피켓을 든 모습을 본 환자들은 예약된 진료 날짜가 바뀌거나 취소되지는 않을까 불안감을 호소했다. 뇌출혈 수술 예후를 살피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유모(76)씨는 "3일 전에 예약 날짜가 확정돼 지연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대로 오라고 해 안심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은 한 부모도 "오늘 몇몇 교수님들이 옆 건물에 심포지엄을 갔다고 하더라"며 "오늘 아이 진료는 받을 수 있었지만, 다음 예약은 차질이 없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 대한 관심이 의사들에게 집중된 탓에, 다른 직군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직원은 "다른 직원들도 교수님 못지않게 고생하는데, 밖에선 몰라주는 것 같아 섭섭하다는 이야기도 돈다"며 "병원은 의사로만 굴러가는 게 아닌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는 직원들의 수고가 묻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교수들은 그냥 휴진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결정에 따라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환자들의 불만을 다독이는 것은 다른 직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는 이날 병원 곳곳에 '병원 직원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비대위는 "진료와 수술 일정을 변경하고 환자 가족들의 불안과 불만을 다독여 온 직원 여러분의 수고를 잘 알고 있다"며 "실무에 서툰 교수들을 챙겨주시는 여러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진료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수들은 최선을 다해 진료 현장을 지키겠지만, 부득이 앞으로 진료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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