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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일본 '러시아 동결자산 몰수' 반대 이유는 전범 과거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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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등 각국이 동결한 러시아 해외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쓰자는 미국의 제안을 놓고 서방 주요국들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체 동결 자산의 3분의 2를 쥐고 있는 유럽연합(EU), 그중에서도 독일의 반대가 심해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EU 회원국 등에 묶인 러시아 자산은 2,820억 달러(약 375조 원)로, 우여곡절 끝에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우크라이나 지원액(608억 달러)의 4~5배 수준이다. 미국은 자산 몰수야말로 전쟁을 매듭지을 결정타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의 망령이 러시아 자산을 빼앗아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괴롭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자국 내 외국 자산 압류가 국제법 원칙을 거스른다며 반대하고 있다. 또 러시아와 유럽의 직접 충돌로 비화할 수 있고, 유로화의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이유 중에는 과거 전쟁 배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러시아의 '불법 침략 행위'를 이유로 자산을 압류하는 법적 근거를 신설했다간, 도리어 '가해자'였던 자국의 과거사가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주저한다는 의미다. WSJ는 G7 중 "한국 등으로부터 배상 청구를 받고 있는 일본 역시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유가족 등에 900억 달러(약 124조 원)를 지원하는 등 전후 배상 문제는 모두 정리됐다는 게 독일 내 정서다. 하지만 2022년 폴란드는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독일 정부에 배상금 1조3,000억 달러(약 1,786조 원)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리스도 3,000억 달러(약 413조 원) 이상을 청구했다. 독일 정부는 "종결된 문제"라며 일축하고 있다.
독일은 이탈리아와도 엮여 있다. 나치 독일은 1943년 무솔리니 정권 붕괴 후 연합군이 점령한 이탈리아를 침공해 학살·강제 노역 등을 자행한 바 있다. 이 피해자들이 독일 정부를 상대로 이탈리아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이탈리아가 부동산 등에 대한 압류 움직임을 보이자 독일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ICJ는 다른 국가에 대한 재판권 행사를 주권 침해로 보는 국제법상 '국가 면제' 원칙에 따라 독일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취지의 판결이 잇따라 지금까지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손배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 후 자산 압류가 잇따른 것과도 비슷하다. 이 와중에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외국 자산 몰수 법을 만들었다간 '제 발등 찍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몰수가 어렵다면, 동결 자산에서 비롯되는 이자 등 초과이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서 이 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결 자산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 연간 30억∼50억 유로(약 4조4,000억∼7조3,000억 원) 상당의 이자수익을 활용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지난 2월 공식화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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