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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최대 왕국' 하이브에 균열...방시혁-민희진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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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업계 1위 업체인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와의 내분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하이브는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 중소 기획사를 흡수해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기업과 자회사의 경영권 갈등이 불거지며 하이브가 성장 동력으로 꼽은 ‘멀티 레이블’ 체제에 빨간불이 켜졌고, 법적 분쟁으로도 비화할 전망이다.
22일 오후 하이브 관계자는 “최근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임원 A씨 등이 모회사인 하이브에서 독립해 경영권을 가져 가려는 정황이 의심돼 경영진들에 대해 감사권을 발동했다”고 전격 공개했다. 감사 대상은 민 대표와 임원 A씨 등으로, 하이브는 이들이 하이브의 지분 일부를 우호적인 투자자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과반 지분을 확보해 어도어의 경영권을 손에 넣으려 한 것으로 본다. 어도어는 하이브가 80%, 민 대표가 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어도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 자문사,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에 외부 컨설팅을 받으면서 내부 정보를 부적절하게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가 이번 사태의 중심 인물로 꼽는 A씨는 민 대표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수년간 주요 프로젝트를 함께한 인물로, 하이브 재무부서에서 기업설명(IR)을 담당하며 하이브 상장 업무 등을 수행하다 올해 초 어도어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어도어는 2021년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 원을 출자해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f(x) 등의 브랜딩을 총괄한 민 대표와 함께 만든 회사다. 지난해 소속 가수 뉴진스 단 한 팀만으로 매출액 1,102억 원, 영업이익 335억 원을 기록하며 하이브의 성장에 기여했다. 뉴진스는 데뷔 1년 만에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를 만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걸그룹 가운데선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나증권은 어도어의 기업 가치가 2025~2026년 기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늦어도 데뷔 5년 차에 블랙핑크의 7년 차 매출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발단이 ‘아일릿의 뉴진스 콘셉트 카피(도용)’에 대한 어도어의 문제 제기라는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의 주장을 반박했다.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지난달 선보인 신인 걸그룹으로, 일각에선 음악적 특징이나 시각적 콘셉트 등이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 대표는 "방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에 문제 제기를 했으나 "(하이브와 빌리프랩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으며 구체적인 답변을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있다"면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K팝 업계에선 뉴진스 데뷔 초기부터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불화설이 제기됐다. 민 대표가 하이브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경영했다는 설과 하이브가 민 대표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설이 오르내렸다. 뉴진스가 하이브 소속 다른 가수·그룹이 입점해 있는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가 아닌 전용 앱 ‘포닝’을 사용하는 것을 갈등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4월 어도어 이사회가 민 대표의 측근으로 전면 교체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이브의 내분에 주가는 급락했다. 22일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81% 급락한 21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이브와 민 대표 간의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민 대표는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고자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선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큰 만큼 민 대표가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 K팝 기획사 관계자는 “일정 정도 독자적 경영권을 부여받은 멀티 레이블 체제에선 소속 가수들의 활동 시기나 콘셉트 등이 겹치기 쉬운데 하이브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레이블 간의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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