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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트럼프, 돈 모자란데 날씨마저 유세 방해... "선거 '판' 바뀐다"

입력
2024.04.22 14:30
수정
2024.04.22 14:5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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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캠페인보다 재판에 더 큰돈
짬 내 잡은 행사는 악천후 취소
바이든 우크라·노조 성과와 대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형사 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 형사 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에 전력을 쏟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형사 재판이 평일을 다 잡아먹는 데다,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아서다. 자금과 시간이 훨씬 여유 있고, 공들이던 정책 과제도 최근 잘 풀려 기세가 오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적이다.

법률 비용만 하루 2억 원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보다 변호사 고용에 돈을 더 많이 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와 정치활동위원회(PAC) 등 후원 단체가 3월 한 달간 법률 관련 비용으로 400만 달러 넘게 지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달 사이 60억 원 가까운 정치 자금이 트럼프 전 대통령 소송에 쓰였다는 얘기다.

그동안 쓴 소송비를 다 합치면 1,000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초부터 총 6,600만 달러(약 91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WSJ는 전했다. 하루 평균 14만5,000달러(약 2억 원)꼴이다.

돈이 엉뚱하게 나가다 보니 정작 유세에 쓸 돈이 모자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지난달 캠페인 지출액은 370만 달러(약 51억 원)다. 같은 기간 바이든 대통령 캠프가 같은 용도로 사용한 자금(2,920만 달러)의 13% 수준이다. 변호사에게 준 돈보다도 적다.

이달부터는 굳이 돈을 아낄 필요조차 없다. 유세할 시간 자체가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대부분을 뉴욕시 맨해튼 법원에서 보냈다. 그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혐의를 다루는 형사 재판이 지난 15일 시작돼서다. 앞으로 6~8주간 수요일을 뺀 주중 나흘은 꼼짝없이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려 2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에어로 센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유세는 시작 30분 전에 악천후로 취소됐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려 20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에어로 센터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유세는 시작 30분 전에 악천후로 취소됐다. 윌밍턴=로이터 연합뉴스

주말이라고 기회가 늘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후 잡아 둔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윌밍턴 유세를 행사 30분 전에 취소했다. 뇌우가 접근하며 강풍·우박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는 2020년 대선에서 그가 이겼지만 차이가 약 7만5,000표에 불과했던 곳이다. NYT는 “재판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할 어려움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선거 판이 바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캠프 분위기는 상반된다. 모금이 순조로운 데다, 경합주 공략에 시간상 제약도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내리 사흘을 보냈을 정도다. 줄곧 열세였던 지지율도 거의 다 따라잡았다. 미국 NBC방송 여론조사(12~16일) 결과를 보면 3개월 전 5%포인트였던 격차가 2%포인트로 줄었다. 얼마 전 NYT 조사(7~11일)에서도 2월 말 5%포인트였던 간극을 1%포인트까지 좁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아무것도 못하는 사이 자신의 재선 가도에 유리하게 작용할 성과도 얻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하원 통과와 테네시주 소재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의 남부 첫 산별 노조 가입 결정이다. 둘 다 바이든 대통령 뜻대로 됐다는 점에서 재선 청신호로 해석 가능하다. WSJ는 그의 ‘정치적 승리’라고 표현했다. 민주당 전략가 마리아 카도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 판이 바뀌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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