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역사의 옳은 편에 서야"… 우크라 지원 반대 미국 하원의장 변심 이유는?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역사의 옳은 편에 서고 싶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 예산안 처리를 주도한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공화당)이 표결 전 남겼다는 말이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 강경파를 대변해 '지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입장을 뒤집었고, 축출 위기까지 감수하며 지원안을 통과시켰다. "놀랍다"는 평이 나온 그의 결단과 변신에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까.
미국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를 두고 "존슨 의장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한 것은 평의원으로서 (지원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그의 놀라운 변화"라고 짚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존슨 의장은 친정인 공화당 강경파와 한목소리로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했다. 지원안 표결도 거부해 왔다. 결국 지난해 10월 백악관이 처리를 요청한 뒤 예산안은 6개월 동안 표류했다.
그러던 그가 달라졌다. 존슨 의장은 지난 20일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원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에 608억 달러(약 84조 원)를 지원하는 예산안은 찬성 311표, 반대 112표로 하원을 통과했다.
존슨 의장의 생각을 돌린 것은 우크라이나의 참담한 현실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월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전한 브리핑이 가장 큰 계기였다며 "존슨 의장은 러시아군에 의해 (우크라이나) 국가 전체가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 반대파들에게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며 브리핑을 받도록 권했다고 한 소식통이 NYT에 전했다.
CNN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는 최근 브리핑을 받은 뒤 우크라이나 전장의 끔찍한 상황과, 세계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의 결과를 그려봤다"며 "브리핑은 여운을 남겼고 그는 점점 서구 민주주의의 운명이 자신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믿게 됐다"고 전했다.
존슨 의장은 지난주 기자들에게 "나는 옳다고 믿는 일을 하기 위해 여기 있다"며 "나는 지금 당장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표결을 앞두고 마이클 맥콜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역사의 옳은 편에 서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은 정치적 기반을 등진 존슨 의장의 과감한 '변심'을 뜻깊게 평가했다. 미국 AP통신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경력도 끝낼 수 있는 매우 중대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엑스(X)에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 미국 하원과 양당, 그리고 개인적으로 존슨 의장에게 감사드린다"며 그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했다.
반면 분노한 공화당 강경파는 그의 해임을 벼르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존슨 의장 해임결의안을 발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핵심 측근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이날 "존슨 의장은 사임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는다면 (의장)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하원은 공화당(218석)이 민주당(213석)보다 5석 많아, 민주당 의원 전원이 해임에 찬성하면 공화당 의원 6명만 동의해도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
루이지애나 출신인 존슨 의장은 2016년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4선 하원의원이다. 전임 케빈 매카시 의장이 당 강경파 반대로 축출된 뒤 지난해 10월 강경파 지지를 업고 의장에 취임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