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오른쪽)이 지난 3월 7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에서 주요 경영진과 가스·수소터빈 제작 현장 방문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박지원 회장이 초대형 가스터빈 정격부하(FSFL) 성능시험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회사는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지만 수십억 원의 고액 보수를 챙긴 국내 대기업 및 계열사 오너 및 전문경영인이 3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언론 재벌닷컴이 21일 주요 기업 2023회계연도 사업보고서의 임원 보수총액 등을 분석한 결과다. 민간 기업 임원보수는 기업 사정에 맞춰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 제3자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또 연간 단위 단기실적과 임원 보수를 직결해 과소를 따지는 것도 무리다. 하지만 공개 대기업인 경우 주주 이해충돌이나 사회적 선도효과 문제가 엄존하기 때문에 무작정 방임될 일 또한 아니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회사가 지난해 1,042억 원 적자인데도 25억8,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박 대표이사는 적자가 1조2,000억 원이던 전년에도 급여와 상여금을 합해 31억700만 원을 수령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는 적자규모가 4,595억 원으로 5배 이상 확대됐지만 보수는 20억500만 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퇴직금도 논란이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은 지난해 1,073억 원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 이수화학의 미등기 임원에서 퇴임하면서 퇴직금만 138억3,100만 원을 받았다. 2022년 이수화학 흑자 금액(155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밖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4조 원대 적자를 본 SK하이닉스에서 25억 원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00억 원대 적자를 낸 호텔롯데에서 21억2,000만 원의 보수를 각각 미등기임원으로 받았고,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와 허창수 GS건설 회장 역시 경영 적자 상태에서 수십억 원대 보수를 받았다.
기업 임원 보수는 대개 정관 등 자체 규정에 따라 이사회 결의 등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이사회가 오너나 경영진에 의해 장악되다 보니, 임원 보수 책정을 제어할 길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해외에서도 늘 유력 기업 CEO의 과도한 연봉과 퇴직금, 보너스 등이 사회적 불공정 문제로 비화한다. 우리나라도 같은 문제가 더 확산되기 전에 임원 보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합리적으로 자제되는 시스템이 보강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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