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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표 우크라 지원안, 하원 통과는 이란 덕? 이스라엘 위기가 등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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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에서 반년간 표류하던 80조 원대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이 20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이란이 미국의 오랜 맹방 이스라엘을 때리자, 조바심을 느낀 공화당 온건파가 당내 강경파 대신 집권 민주당에 협조한 결과다. 안보 불안이 재정 적자 우려를 누르고 여야를 뭉치게 만든 셈이다.
미국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각각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을 지원하는 총 950억 달러(약 131조 원) 규모의 3개 대외 원조 예산안과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매각을 중국계 기업에 강제하는 법안 등 4개 안보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3개 법안은 찬반 우열이 뚜렷했다. 맨 먼저 상정된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 법안은 찬성 360표, 반대 58표였다. 틱톡 모회사인 중국계 기업 바이트댄스가 270일(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반대 의견을 감안해 매각 허용 기간을 애초 6개월에서 최장 360일로 늘렸다. 법안은 아울러 미국이 동결 중인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도록 했고, 이란 석유 수출 관련 제재도 담았다.
이어 표결에 부쳐진 81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대만 등 인도·태평양 미국 동맹·파트너 안보 강화 지원안은 찬성 385표, 반대 34표로 더 압도적이었다. 마지막인 263억 달러(약 36조 원) 규모의 대(對)이스라엘 안보 지원안 역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 호전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민주당 일부의 반대에도 찬성 366표, 반대 58표로 수월하게 가결됐다.
문제는 세 번째 안건인 608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었다. 백악관이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지원 등 대외 원조와 국경 안보 강화를 묶어 지난해 10월 의회에 처리를 요청한 1,050억 달러(약 144조 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은 6개월간 표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수시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황을 상기시키며 관심을 촉구하고 지난 2월 절충안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측 반대가 완강했다. 이길지 어떨지 모르는 소모전에 계속 돈을 퍼 주다가는 미국 재정이 거덜 난다는 게 큰 이유였다.
본회의 표결 시도는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승부수였다. 패키지를 지원 대상별로 쪼개 의원들에게 법안마다 찬반을 다르게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일부(95억 달러·약 13조 원)를 탕감할 수 있는 차관(대출) 형태로 돌려, 이런 방식을 주장한 당내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위도 얼마간 맞췄다.
지난 13일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습이 표결을 결단한 계기가 됐다. ‘민주주의 진영을 수호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전통적 보수 주류와 ‘미국 이익이 우선’이라는 신진 고립주의 강경파 사이에서 당내 샌드위치 신세였던 존슨 의장은 이스라엘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을 돌파구로 활용했다.
결과는 찬성 311표, 반대 112표 가결이었다. 공화당에서 101표를 찬성으로 끌어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평의원 시절 자신의 정치적 거점이던 강경파를 우회하고 민주당에 기대는 놀라운 전향을 보였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존슨 의장이 정치 경력을 걸고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지원안 통과를 바랐던 이들은 ‘역사는 결국 옳은 방향으로 간다’며 치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중대한 변곡점에서 하원의원들이 역사의 부름에 응답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 글에서 “역사가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결정한 존슨 의장에게 감사하다”고, 존슨 의장은 표결 뒤 언론에 “우리가 한 일을 역사가 잘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타스통신에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원은 23일 법안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며,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미 CNN방송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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