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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협상 유도·입시혼란 수습 포석 깔린 '증원폭 조정'... 의사들 "입장 불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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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고수했던 정부가 19일 올해 입시에서 대학 자율로 의대 증원분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게 허용한 것을 두고,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의정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대 증원 문제에서 한발 양보하면서 의사들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일단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 절차를 안정적으로 진행해 입시 혼란을 가라앉히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대학 자율모집 정책은 의대 증원이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걸 방증한다"고 비판했고, 전공의들도 "입장 변화는 없다"며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수련병원 복귀 조건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과제를 논의하고자 다음 주 사회적 협의체 형태로 출범시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사들이 참여할지도 요원한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올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늘어난 정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전날 6개 국립대 총장들이 건의한 사항을 그대로 수용하는 형식이었다. 한 총리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방치할 수 없어 내린 과감한 결단"이라고 자평했다.
비록 올해 입시로 한정했지만 정부가 증원 숫자를 줄이는 안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그간 의정은 서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왔다. 의사들은 증원 전면 철회를, 정부는 "2,000명도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갈등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웠다. 자율모집으로 정부가 먼저 한발 물러난 셈이지만,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해 면을 세웠다.
올해는 양보하지만 내년부터는 계획대로 증원을 시행하게 돼 '과학적 숫자 2,000명’에 대한 힘도 실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필수의료 확충 시급성 등을 고려하면, 원점 재검토나 1년 유예는 현재로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자율모집으로 줄어드는 정원은 기존 인력을 필수의료로 유인하고, 의료 수요를 감축해 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율모집을 계기로 의료계와 대화의 물꼬를 트겠단 생각이다. 한 총리는 "의료 현장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의료계가 2026, 2027학년도 정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통일된 안을 가져온다면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다음 주 발족 예정인 의료개혁특위에서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사들은 "자율모집 자체가 졸속 의료개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총장들이 정원을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한 근본적 이유는 교육 여건 미비"라며 "이 사실 자체가 증원이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고소한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도 "50~100%까지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해준다는 건 기존 숫자들이 의미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 발표로 인한 전공의들의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정부의 실질적인 협상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2026학년도 모집 계획도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했다"며 "내년 정원이라도 협상 가능한 여지를 열어둬야 갈등 해결 가능성이 열릴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계가 단일한 안을 내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간 의료계는 통일된 안으로 '원점 재검토’를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의료개혁특위에 의료계 측 인사가 참여할 가능성도 낮다. 의협 측 특위 참여의 키를 쥐고 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사들의 입을 막는 폭압을 계속한다면 정부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박 차관의 경질이 아닌 파면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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