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규모가 2,000명에서 대학들 자율로 1,700~1,000명까지 줄어든다. 정부가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 선발하도록 해달라는 6개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서다. 두 달간 지속돼온 의료 공백의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선 만큼 의료계도 강경 입장만을 고수할 게 아니다. 전공의들도 업무에 복귀한 뒤 대화하는 게 도리다.
한덕수 총리는 어제 브리핑에서 “교육 여건을 고려해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갈등 해결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건의한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가 증원을 50%로 축소하면 내년 의대 증원은 1,701명이 된다. 모든 의대가 절반을 줄일 경우 1,000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
정부가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정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전공의들의 반응이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고소에 나섰던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우리 여론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에서 전공의들은 “과학적 추계 타령하더니, 총장 자율로 50∼100% 룰렛 돌리기?” “정부에서 줄이자고 하면 모양 빠지니까 총장들 이용해서 조정하기?” 등의 냉소 일색이라고 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도 “백지화 상태에서 정원에 대해 논의하자는 입장은 처음과 같다”고 했다.
의사들이 의료공백을 지속해 증원 백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증원 규모를 절반까지 줄였는데도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면허정지와 사법처리 등과 같은 강경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원 축소를 계기로 현장에 복귀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요구할 부분을 요구하면 된다. 또 “대통령 사과·복지장관 파면”(임현택 의협 회장), “복지부 차관 경질”(전공의들)과 같은 비본질적인 요구사항은 철회하는 게 옳다. 국민들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에게 아직 사과 한번 받지 못했다는 걸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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