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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두 달' 혼란 줄었지만 불안은 여전… 지역에선 안타까운 사망 잇따라

입력
2024.04.18 20:00
수정
2024.04.18 20: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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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박리 환자 사망, 전공의 이탈 무관
"의정갈등, 지역의료 인프라 취약 드러내"
비상진료체계 가동되며 의료현장 안정세
환자단체, 필수의료 유지 법 개정 추진 중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송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송된 환자가 응급실에 입원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집단 이탈한 지 19, 20일로 어느덧 두 달을 맞는다.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며 의료공백을 메우고는 있지만, 의정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환자들 불안은 여전하다. 수도권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에선 응급환자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위태로운 지역의료… 응급환자 사망 잇따라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경남 김해에서 60대 대동맥박리 환자가 병원을 찾아 부산까지 이송됐다가 사망한 사건은 전공의 집단행동 여파와는 무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119구급대는 경남 지역 7개 병원을 수소문한 뒤 부산의 2차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고, 혈액검사와 CT촬영에서 대동맥박리가 확인돼 환자는 다시 부산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수술 준비 중 결국 숨졌다.

대동맥박리는 심장에서 몸 전체로 혈액을 공급하는 대동맥 혈관 벽이 찢어져 발생하는데, 48시간 내 사망률이 50%에 달하는 초응급 질환이다. 수술 자체가 고난도인 데다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도 전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복지부 조사 결과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 6곳 중 1곳은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당시 다른 대동맥박리 환자를 수술 중이었고, 나머지 5개 병원은 중환자실이 없거나 심혈관 시술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 사망은 안타깝지만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의 책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중증·응급환자 사망 사건이 모두 지방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충북 보은에서 도랑에 빠진 33개월 아이, 충북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은 치료받을 병원을 찾다가 숨졌고, 부산에서 급성 대동맥박리 수술을 할 곳이 없어 울산으로 전원돼 수술을 받은 50대 남성도 엿새 뒤 사망했다. 심장내과 전문의인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세종병원 이사장)은 “인구 구조상 지방엔 환자 풀이 많지 않고 수도권 쏠림까지 심화되면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지역의료 역량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며 “의정 갈등으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구멍이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환자는 “각자도생”… 정부는 “의료개혁 완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열린 의료개혁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열린 의료개혁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계속 강화해 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환자들의 희생과 양보, 의료진의 헌신에 계속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사 집단행동 초기보다 의료현장의 혼란이 많이 진정됐고 환자들도 두 달간 견디면서 상당히 적응을 했다”며 “하지만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어 건강 악화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상진료체계 아래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 위주로 수술을 하고 비응급 환자는 다른 종합병원으로 분산시키면서 수십 년 왜곡됐던 의료전달체계가 바로잡히는 긍정적 효과도 없진 않다. 하지만 시스템 안착까지는 아직 멀었다. 안 대표는 “환자들이 ‘빅5 병원’에서 눈을 돌려 실력 있는 병원들을 찾아가 치료받으면서 ‘각자도생’하고 있다”며 “제때 치료받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가야 할 병원을 못 가는 것을 정상화라고 할 순 없다”고 꼬집었다.

환자단체들은 의료인 집단행동 시에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하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전공의 이탈 두 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의료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전담간호사(진료지원간호사) 훈련 담당 간호사 교육, 신규 전담간호사 및 경력 1년 미만 전담간호사 교육을 시작했다. 향후 훈련 프로그램을 표준화해 수술, 외과, 내과, 응급·중증, 심혈관, 신장투석, 상처장루, 영양집중 등 8개 분야에 걸쳐 80시간(이론 48시간+실습 32시간) 동안 집중 교육을 할 예정이다. 전담간호사 규모도 현재 8,982명에서 1만1,000명으로 늘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의료개혁은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고 미래 의료수요에 대비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각 계의 합리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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