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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걱정 없는 의사들의 배부른 소리"... 전공의 복무 단축 요구에 군심 싸늘

입력
2024.04.18 16:30
수정
2024.04.18 16:5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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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에 주둔 중인 해병대 1사단이 부대 인근 마을에서 의료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 제공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에 주둔 중인 해병대 1사단이 부대 인근 마을에서 의료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 제공


"군의관만 복무기간 줄이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럼 법무관들은요?"


"군의관보다 전역 후 진로 걱정이 더 많은 학사장교나 학군장교(ROTC)는 복무 기간을 더 줄여줘야 공평한 거 아닌가요?"


전공의들이 의료 사태 이후 현업 복귀 조건으로 '군의관 복무 기간 단축'을 요구하자 역풍이 거세다. 군 내부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현역 군의관들조차 복귀 조건으로 군 복무 기간 단축을 내세운 건 "뜬금없고 황당하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16일 병원을 떠난 전공의 2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전공의를 하지 않으면 현역 18개월, 전공의를 마치거나 중도 포기하면 38개월(훈련기간 포함)의 군의관으로 가야만 한다"며 "군 복무 기간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동료·후배들이 굳이 전공의의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의관 복무기간 단축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군 안팎의 분위기는 싸늘함이 극에 달했다. A소령은 "군의관만 복무 기간 혜택을 달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의관처럼 별도의 군대 내 양성기관 없이 대학(원)의 전공에 기반해 선발하는 법무관, 군종장교 등 특수직 장교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이들의 임관 후 의무 복무 기간은 3년으로 동일하다.

특수직이 아니더라도 군의관의 비교대상은 일반병사가 아닌, 같은 간부들과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ROTC 출신인 B대위는 "군의관은 제대 후 직업이 안정적이지만, 단기 장교의 경우 가장 큰 걱정은 취업"이라며 "전공의 논리를 적용하면 학사장교(36개월)나 ROTC(육군 28개월, 해군·해병대 24개월, 공군 36개월)는 취업 준비를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군의관을 포함한 간부들의 복무 기간이 일제히 단축될 경우 임무 숙달이나 전투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C소령은 "상대적으로 군 복무 기간이 짧은 ROTC의 경우 일부 인원이 임관과 동시에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군대의 핵심인 '유사시에 대비한 전투력 향상'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직 군의관들 역시 류옥씨의 주장은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전공의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며 황당해했다. 군의관 D대위는 "사직 전공의가 모두 병역의무자도 아니고, 의대 정원 확대의 원래 취지와 무관한 군 복무 문제를 거론한 건 명분도 없고 뜬금없는 얘기"라며 "다만 국방부 차원에서 군의관을 포함한 간부들의 복무여건 개선에 힘을 쓸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공의들의 주장에 일부 동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군의관 E대위는 "병사 처우가 상당 부분 개선되는 동안 간부는 제자리걸음인 탓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과정 전 의대생 시절에 일반병으로 군에 지원하는 경우가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복무 여건이 비슷해지면서 장교로 군 생활을 하는 게 오히려 커리어를 1년 손해 본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군 관계자는 "군의관 등 단기복무 간부들의 의무복무 기간 단축은 지원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장기적인 검토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장교 및 부사관, 법무관 등 다른 병역의무 이행자들과의 형평성과 상비병력 유지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므로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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