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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김재섭의 당선에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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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4·10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란 분노의 파도가 후보자의 자질, 도덕성, 비전, 정책 등을 휩쓸어 버렸지만 모두가 떠밀려 간 것은 아니다. 민주당 텃밭인 경기 화성을과 서울 도봉갑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자는 대세를 거슬러 생환했다. 자격 미달의 일부 후보들이 ‘묻지마 심판’ 분위기에 올라타는 행운을 누린 상황에서 30대의 두 당선자는 자력으로 험난한 열세를 딛고 국회 입성에 성공해 값진 이변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다.
악조건으로 따지면 이준석 대표의 성과는 김재섭 당선자와도 비교 불가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 대표에겐 비벼볼 당세나 지역 연고도 없었다. 조국혁신당 돌풍으로 개혁신당은 사실상 꺼진 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며 탈당했고 같은 당의 류호정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며 “제3지대 정치는 실패했다”고 확인사살까지 했다. ‘가장 젊은 선거구’라는 특징 하나 보고 화성을에 뛰어든 이 대표의 도전은 실패가 예정된 객기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 운동 초기 1위를 달린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 이상이었다.
한 달여 만에 이 격차를 따라잡은 비결은 두고두고 들여다볼 만한 연구 대상이다. 교통과 교육 인프라 부족이란 지역 현안을 빠르게 파악하고 내놓은 지역 맞춤형 공약이나 주민 밀착형 행보 등 여러 요인이 효과를 거뒀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정치에 대한 그의 열정이다.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된, 9페이지에 달하는 자필 선거 공보물은 그가 얼마나 지역민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비웃음을 샀지만, 선거 막바지 ‘48시간 무박 유세’엔 그의 간절함이 잔뜩 담겼다. 이 지역 주민은 아니지만 정치에 대한 그의 진심이 분명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당의 권력자에게 줄을 잘 서 공천만 받으면 배지를 줍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태에서 유권자들을 향한 진심의 정치가 통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그의 정치 노선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당선은 과거 지역주의를 무너뜨렸던 김부겸, 이정현과 같은 울림을 지녔다.
민주당 텃밭에서 이변을 일으킨 김재섭 당선자는 또 다른 종류의 울림을 준다. 도봉갑은 30대 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내용적으로 보면 지역 토박이 대 낙하산 공천자 구도였다. 상대였던 안귀령 민주당 후보는 외모 이상형 질문에서 차은우보다 이재명 대표를 택한 게 알려져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친명 유튜브 채널의 고정 출연자였던 그는 민주당 젊은 정치인들의 출세 코스를 따랐다. 유튜브 채널에서 얼굴을 알리고, 충성심을 보여 강성 당원을 만족시키다가 텃밭 지역의 전략공천까지 따낸 것이다. 당의 노선을 떠나 김재섭 당선자가 이런 류의 정치인을 이긴 게 우리 정치엔 희망적 신호다.
어느 분야나 낙하산보다 자수성가형이 성공하는 게 더 뜻깊다. 특히 민주주의 정치가 꽃을 피우기 위해선 낙하산 정치인보다 자수성가형 정치인이 더 많아야 한다. 뚜렷한 주관과 소신을 가진 정치인들이 민의를 더 충실히 대변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도 낼 수 있다. 그런 정치인들이 때론 충돌하고 때론 타협하면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우리가 잊고 있던 정치의 본모습일 터다. 진영 간 죽기 살기식 증오 대결로 점철되는 요즘 정치판에서 이준석과 김재섭의 당선이 여러모로 주목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이 초심을 잊지 않고 진심의 정치를 펼쳐 정치 개혁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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