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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 현대에도 명당은 존재할까?

입력
2024.04.15 04:30
27면

종교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 스틸컷. 쇼박스 제공

한국 영화계에서 1,000만 관객은 명예의 전당과 같다. 최근엔 ‘파묘’가 오컬트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며 영화사에 큰 획을 긋고 있다.

나는 고건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당(明堂)에 대해서도 나름 이해도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 고건축에는 으레 명당론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명당이란 '밝은 집'이라는 뜻이다. 중국 문명의 토대를 확립한 주나라 때, 천자(군주)는 남쪽으로 향한 양명(陽明)한 대전에서 정사를 폈다. 이 집이 바로 명당이다. 즉 경복궁의 근정전이나 창덕궁의 인정전이 주나라 때는 명당으로 불렸다는 말씀.

‘양명한 최고 건축’이라는 함의는 이후 ‘산 사람을 위한 좋은 삶터’와 ‘죽은 이를 모시는 길한 묏자리’라는 의미로 분화된다. 이를 ‘양택’과 ‘음택’이라고 한다. 요즘엔 명당 하면 묏자리가 먼저 떠오르지만, 본래 명당은 최고의 건물이자 삶터의 의미였다.

고건축 전공자다 보니, 간혹 명당에 관해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다. 이때 나는 “요즘은 터 명당보다도 도시계획이 명당”이라고 답해준다. 상업지역으로 지정되면 명당을 넘어선 진정한 명당이 되지 않는가!

서울의 강남은 본래 제대로 된 사람들이 사는 땅이 아니다. 한강의 북쪽은 양명한 곳이므로 한양(漢陽)이 된다. 이에 반해 강남은 음기가 서린 한음(漢陰)이다. 그러나 서울의 도시계획은 한음을 선망의 명당으로 바꿔 버렸다. 한양을 넘어선 한음의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영화 파묘에는 "새로운 명당은 더 이상 없다"는 대사이 나온다. 조선에는 명당에 진심인 ‘덕후’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찌 새로운 명당이 있을 수 있겠는가! 100% 맞는 말이다. 또 요즘 지관이 수요가 많았던 예전 시절의 지관처럼 안목이 밝을 수도 없는 것이고.

해서 나는 “굳이 명당이 필요하면, 잘나가던 양반집의 이장한 묏자리를 찾으면 된다”고 말해준다. 요즘은 관리 문제로 옛 묘도 파묘해서 납골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곳을 찾으면 명당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은 것이다.

어떤 분은 청와대나 서울 현충원이 명당이라고 한다. 그럼 나는 “그 자리가 그렇게 좋았다면, 왕궁 건물이나 왕릉이 들어서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한다.

좋은 터에 대한 추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합리적인 관점을 넘어설 정도의 일은 아니다. 만일 명당의 영향이 지대하다면, 조선은 세계 최강국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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