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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판 뒤흔든 '정부심판론'... 의대 증원 강공이냐 협상이냐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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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불붙은 의정(醫政) 갈등도 변곡점을 맞았다. 총선 두 달 전 본격화한 의대 증원은 초반에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의료 파행을 초래하며 결국 여당에 '악재'가 된 터라, 정부가 강공 대신 유화책으로 선회할 공산이 커진 형국이다. 의사들은 의료 공백 해소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을 뒷배 삼아 '2,000명 증원 철회'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결과가 확정된 11일 의료계에서는 여당의 총선 참패가 의정 갈등에 미칠 영향을 두고 예측이 분분했다. "정치적인 의대 증원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수할 것"이라는 의견이 없진 않지만, 대체적으로는 정책 변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경제와 민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는데, '민심'에는 '의료 공백 해소'도 포함됐다는 게 의료계의 해석이다. 지난 2월 6일 발표된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은 초반 지지 여론이 90% 안팎에 달했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총선까지 지속되면서 정부에 '추진력'보다 '불통'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국민적 피로도를 높이는 역효과를 불렀다는 게 유권자 표심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거일이 임박하자 국민의힘 일부 후보들까지 "단계적 증원"을 제안하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의사들과 중재를 시도하는 등 여당도 정부 정책과 거리를 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아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진두지휘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점도 의대 증원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거의 매일 진행한 의사 집단행동 정례 브리핑도 이날은 갑자기 취소했다.
의사들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개인 기본권을 침해한 걸 용서하지 않은 민심의 심판"(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정부의 독단과 독선, 불통에 대한 국민의 심판"(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등 일제히 의대 증원을 여당의 참패 이유로 꼽았다.
동시에 복잡미묘한 심정도 감지된다. "의사에게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댄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조차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음이 참 복잡합니다"라는 문장을 게시했다. 이런 양가감정에는 의사계가 전통적으로 지지해온 보수 진영의 몰락이 장기적으로 의사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의사면허 취소법' '간호법' 등 주로 의사 기득권을 허무는 정책을 추진해온 야당의 득세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2,000명 증원 백지화' 요구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내부 입장을 정리해 12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참패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통해 의료 공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대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4일 SNS에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부터 버리고 합리적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의사 진료 거부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 국민 생명을 살리는 것은 민생 현안 중의 첫 번째"라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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