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후 처음"… 독일, 리투아니아에 장기 파병

입력
2024.04.09 16:00
수정
2024.04.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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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벨라루스 맞댄 리투아니아
2027년까지 독일군 5000명 파병
8일 20여 명 도착... "역사적인 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왼쪽 세 번째) 독일 국방부 장관이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리투아니아로 배치되는 45기갑여단 소속 병사들을 배웅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왼쪽 세 번째) 독일 국방부 장관이 8일 독일 베를린에서 리투아니아로 배치되는 45기갑여단 소속 병사들을 배웅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8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 연방군을 파병했다. 독일이 자국군을 단독으로 장기간 해외에 주둔시키는 건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이다. 패전 후 군사적 영향력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독일이 변한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안보는 독일의 안보"

8일 리투아니아 LRT, 독일 타게스샤우 등에 따르면 알폰스 마이스 중장이 이끄는 독일 연방군 20여 명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도착했다. 내년 공식 운용될 독일 연방군 45기갑여단, 일명 리투아니아 여단의 선발대 격이다. 독일 연방군은 올해 4분기까지 150명, 2027년까지 5,000명으로 병력을 늘리고 내년부터 '45기갑여단'을 공식 운용할 계획이다. 앞서 독일·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변한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독일 연방군 1개 여단을 배치하는 내용의 군사 합의를 지난해 12월 체결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외국에 독일군 부대가 상시 주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연방군에 중요한 날"이라고 말했다. 코르넬리우스 짐머만 주리투아니아 독일대사도 "리투아니아의 안보는 독일의 안보"라고 강조했다.

독일군의 리투아니아 파병은 나토 동부 축을 이루는 리투아니아를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서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리투아니아를 통과해 칼리닌그라드·벨라루스를 연결하는 길인 104㎞의 육로 '수바우키 회랑'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발트해 연안의 화약고로 꼽힌다. 그러나 인구가 약 270만 명에 불과한 리투아니아는 병력 규모가 작다.

리투아니아 파병으로 독일의 역내 군사적 영향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리투아니아 여단을 통해 독일은 나토 동부를 책임지게 된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독일군 파병 관련 시설 마련 등에 약 8억 유로(약 1조1,768억 원)를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투아니아에는 미국, 노르웨이 등 군대도 주둔 중이다.

8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서 라우리나스 카시우나스 리투아니아 국방부 장관 등 리투아니아 측 인사들(왼쪽)이 리투아니아에 파병된 독일 연방군 45기갑여단 소속 병사들을 환영하고 있다. 빌뉴스=로이터 연합뉴스

8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공항에서 라우리나스 카시우나스 리투아니아 국방부 장관 등 리투아니아 측 인사들(왼쪽)이 리투아니아에 파병된 독일 연방군 45기갑여단 소속 병사들을 환영하고 있다. 빌뉴스=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독일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국경 지역에 위험 구역이 조성되고 있다"며 "우리는 안전 보장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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