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금지 '신중론' 돌아선 트럼프… 바이든은 "학자금 대출 탕감" 구애

입력
2024.04.09 2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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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임신중지, 주별로 정해야"
기존 공화당 입장서 한 걸음 완화
바이든, '학자금 탕감' 청년층 구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그린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일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그린베이=로이터 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청년·중도 유권자 구애 경쟁에 불이 붙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신중지(낙태) 금지 문제를 놓고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청년층·유색인종 등 전통적 지지 세력 표심 회복에 나섰다.

'여성·진보층 결집할라'… 트럼프 "임신중지, 주별 입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임신중지 문제를 놓고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것이고, 결정된 것은 해당 주의 법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신중지 금지 기준) 주수(週數)는 주마다 다를 것이고, 이는 시민의 의지와 관련돼 있다"고 했다. 원론적 발언이지만,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전통적인 입장인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후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공화당 내에서 일부 반발이 제기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마저도 감수하는 모습이다. 여성·청년 등 민주당 지지층의 세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임신중지 문제에 최대한 모호한 입장을 유지, 쟁점화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화당은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전국 단위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한 여파로 같은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다. 생식권을 놓고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중간선거의 경험이 트럼프의 정치적 사고 방식에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번 성명은 그에게 정치적 유연성을 제공할 만큼 충분히 모호했으며, 향후 낙태에 관해 어떤 입장이든 취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위스콘신주 매디슨 공과대학에서 새로운 학자금 부채 탕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매디슨=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 위스콘신주 매디슨 공과대학에서 새로운 학자금 부채 탕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매디슨=AP 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호성 전략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든 임신중지 의제를 띄우려고 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자신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책임이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대선 때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2017년 1월~2021년 1월)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공약으로 '로 대 웨이드' 판례 복원을 내세우고 있다.

바이든은 "2,300만 명 대출 탕감"… 실현 가능성 의문도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대선 경합주(州)인 위스콘신주 매디슨 연설에서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발표했다. 400만 명 이상의 학자금 대출 전액과 1,000만 명의 채무 5,000달러(약 680만 원) 이상을 탕감해 주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백인보다 대출을 더 많이 받지만 상환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흑인과 라틴계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이번 탕감안의 수혜자 규모는 최소 2,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선 전 시행 여부는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대규모 학자금 채무 면제 정책을 발표했지만, 법적 권한 문제를 지적한 연방대법원에 의해 저지된 적이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대대적인 부채 탕감 시도도 지난번처럼 보수 단체의 법적 문제 제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용성 기자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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