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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00명 유연성 발휘" 재차 손짓했지만… 의사들 내홍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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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조정’ 가능성을 한 폭 더 넓히며 의사들에게 거듭 대화를 제안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 거론되는 ‘증원 1년 유예’ 방안에 대해선 대통령실이 직접 “검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들은 소통 창구 단일화를 모색했으나 사태 해법과 관련해 이견이 표출되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전공의 집단 이탈 8주 만에 모처럼 진전을 보인 의정 대화 분위기도 다시 가라앉았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8일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의료계가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의견을 모아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유연하게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도 “정상회담보다 훨씬 많은 시간(2시간 20분)을 할애해 경청했다”며 “정부의 대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줬고 앞으로 계속 대화를 이어가자는 생각에 변함없다”고도 했다.
정부도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며 대화 의지를 거듭 발신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000명 증원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며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원 규모와 달리 시기에 대해선 협상 여지를 차단했다. 앞서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대 증원을) 1년 미루고 위원회를 구성해 증원 문제를 검토한 뒤 그 결론을 따르자”고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그동안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중대본 브리핑에서 “과학적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면 열린 자세로 대화할 것”이라면서도 “1년 유예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연일 유화 메시지를 내자 의료계에서도 ‘협상론’이 고개를 들었다. 의협 비대위는 ‘2,000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긍정 평가하며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대통령과 전공의의 면담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전공의를 만나 달라는 의협 비대위 입장 발표에 대통령이 답했고 전공의 대표가 호응해서 만남이 성사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10일 총선이 치러지고 나서 의협, 대전협, 교수단체 합동 브리핑도 추진하기로 했다. 의사들이 소통 창구를 합치면 의정 대화도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의사계 단일화 시도는 내부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에 주춤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합동 브리핑에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발했다. 의사단체들이 두루 참여하는 협상단 구성 논의는커녕 합동 브리핑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강경파인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 결정에 반기를 들면서 내분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이날 의협 대의원회와 비대위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직을 맡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재 의협은 회장 자리가 공석이라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임 당선인은 5월 1일 정식 취임한다. 인수위는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앞서 임 당선인은 대통령을 만난 박 위원장을 향해 “내부의 적”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가 요청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의사들이 내놓을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의협 비대위는 ‘증원 규모 재논의’와 ‘2,000명 증원 프로세스 중단’을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500~1,000명 감축’과 ‘복지부 장·차관 파면’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전협 비대위는 집단 사직 당시 ‘증원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사항을 발표한 뒤로 입을 닫았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현안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의사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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