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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브리핑서 복지부 차관 빼라”… 의정 대화 ‘장벽’ 쌓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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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의료공백 해결을 위해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지만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되레 더 늘고 있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과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 공천 취소’를 대화 전제 조건으로 추가하더니 이젠 ‘복지부 차관 언론 대응 배제’ 요구까지 내걸었다. 협상장에 나올 대표단 구성은 하지 않으면서 겹겹이 철벽만 세우는 의사들 태도가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의 언행이 대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박 차관을 언론 대응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박 차관은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매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방재승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2,000명 증원을 철회할 수 없다고 했고 특히 박 차관이 너무 강하게 얘기했다”며 “한덕수 총리는 의사단체와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고 얘기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브리핑에서 다뤄지는 의제와 안건에 대한 설명과 답변은 여러 부처가 모인 중대본에서 논의되고 결정된 정부 공식 입장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은 한 술 더 떴다. 당선 후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을 “집에 갈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정부 인사(장·차관)와는 대화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한 대통령 보좌진을 ‘십상시’에 비유하며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한 안상훈 전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낙선운동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작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극도로 자제했다.
정책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요구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지만, 아예 대화 상대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어렵게 물꼬를 트기 시작한 의정 간 소통에 부담만 더하고 있다. 점점 불어나는 전제 조건 때문에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제 조건을 풀기 위한 대화부터 시작해야 할 판국이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지나치게 고집한다는 비판도 없진 않다. 다만 의사들이 저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대표성 있는 협상 창구도 꾸리지 못한 탓에 정부 정책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무너진 신뢰도 문제다. 정부는 제자들을 걱정하는 의대 교수들 목소리를 수용해 ‘구제 불가’ 원칙을 접고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했지만, 교수들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정해진 날짜에 사직서 제출을 강행했다. 의협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증원 규모 협상론’에 대해 “여야 모두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더니 정작 본인은 “의석 20~30개 당락을 결정하겠다”면서 정치권에 엄포를 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사들은 정책 책임자의 강경 발언을 비난하지만 국민은 의사들의 막말과 특권의식에 분노하고 있다”며 “불법적으로 진료현장을 이탈해 환자를 위태롭게 만든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증원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려면 사직 철회나 병원 복귀 등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정 대화가 추진된 지난 일주일간 필수의료 예산 투자 방안 등을 발표하며 의료계에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으나, 29일 브리핑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특정 직역과 흥정하듯 뒤집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한결 단호해졌다. “특정 직역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켜 온 악습을 끊겠다”고도 했다. 의정 대화에 진척이 없자 여당 일부 후보들에게서 나오는 ‘증원 규모 재조정’ 목소리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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