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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출마인가, 남을 위한 출마인가

입력
2024.04.03 04:30
수정
2024.04.03 15:3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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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배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51일 앞둔 2월 19일 국회 사무처 직원이 배지를 정리하며 그중 한 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 배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51일 앞둔 2월 19일 국회 사무처 직원이 배지를 정리하며 그중 한 개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달부터 ‘애도’라는 기획을 내보내고 있다. ‘애도’는 자살 사별자들의 인터뷰다. ‘자살 사별자들이 마음으로 쓰는 부고’라는 부제를 붙였다. 자살 사별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자살 사별의 고통은 혈연에 국한된 게 아니기에 이 단어로 포괄한다.

‘삶도’와 ‘인터뷰-엄마’, ‘실패연대기’로 이어지는 인터뷰 시리즈를 해왔지만, 그 어떤 코너보다 섭외가 쉽지 않았다. 이름이 알려진 이들일수록 더욱 그랬다. “자살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고인이 떠올라서”, “은인이자 벗인 고인을 언급하는 게 죄스러워서”, “부정적인 여론이 염려돼서”…. 모두 이해되는 사유였기에 더 설득할 수 없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에게 물었다. “그런데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통점이 있었다. “같은 고통을 겪는 분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자살을 내어놓고 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서요. 당신의 죄가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너무나 힘들지만, 행복한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고 점점 늘어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멀쩡히 존재하던 가까운 이가 자살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통이다. 인생 전체를 집어삼키는 사건이다. 그러기에 자살 사별자들은 인생 전체를 되돌아보곤 한다. 삶을 대하는 시선도 바뀐다.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을 되풀이해야 하는 지옥, “인생에 커다란 포탄이 떨어져 폐허가 돼버린” 황망함, “대체 끝나긴 하는 걸까 싶은” 막막함, “나한테 어떻게 그래”라는 원망, “내가 죽인 거야”라는 죄책감 속에서도 기신기신 자살 사별의 고통을 마주했기에 이른 깨달음이다. 그 진리를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거다. 그것이 한 줄기 희망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었다.

지극한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먼저 자신을 이롭게 하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도 이로움을 전하라’는 뜻이다. 내가 먼저 깨달아 지혜를 얻고 이를 남에게도 전한다는 붓다의 가르침이다. 곽정은 작가의 새 책 ‘마음 해방’에서 알게 됐다. 아직도 그를 ‘연애 칼럼니스트’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마음 공부에 매달린 지 오래다. 선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는 수행자이자 신진학자다. 작가 역시 자리이타의 태도로 ‘마음 해방’을 썼다.

일주일 뒤면 총선이다. 공직의 기본 정신은 ‘이타(利他)’다. 그러나 4년 전 배지를 단 의원 중에 ‘이타’의 자세를 지닌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꼽아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번에도 ‘이타’ 없이 ‘자리(自利)’만 노려 선거전에 뛰어든 이가 태반인 듯싶다.

나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고귀한 태도는 바라지도 않겠다. 적어도 자신을 생각하듯, 세상을 이롭게 하겠다는 자세만이라도 갖춘 후보가 더 많이 여의도에 진출하기를 바란다.

“지금은 정말 고통스럽겠지만, 괜찮아지는 때가 온다”고, “나의 이 말이 분명 누군가에게는 삶의 등대가 될 것”이라고, ‘애도’에서 만난 평범한 이들은 그랬다. 하물며 국민을 대의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그런 등대가 될 준비가 돼 있는가. 그저 권력을 갖기 위해, 혹은 상대 진영이 더 많은 권력을 갖는 걸 막으려 출마한 것은 아닌가. 후보 스스로에게 판단을 기대하는 것 역시 언감생심이니, 유권자가 냉철히 판단해 표를 던질 일이다.



김지은 버티컬콘텐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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