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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나온 '국회 세종 완전 이전', 총선용 허언 안 돼야

입력
2024.03.28 04:30
27면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해 정치ㆍ행정 수도로 완성하겠다는 총선공약을 27일 전격 꺼내 들었다. 기존 여의도 국회 공간은 서울의 새 문화ㆍ금융 랜드마크로 개발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결단을 해서 국민께 선택을 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합당한 논의 없이 국가대사를 주머니에서 꺼내듯 불쑥 공약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은 현재 추진 중인 ‘부분 이전’ 계획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국회는 전체 17개 상임위원회 중 12개와 예산정책처ㆍ입법조사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ㆍ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한 위원장은 “지금 계획대로면 세종에서 국회 상임위를 마치고 본회의 표결을 위해 서울로 이동해야 하고, 부처 장ㆍ차관 등 공무원도 서울과 세종을 더 자주 오가야 하는 등 비효율이 커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계획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시작됐으나, 근년 들어 본격 추진된 건 노무현 정부 들어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인 2013년을 전후해 정부 부처가 대거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래, 국회와 대통령실 세종시 이전을 적극 추진해 온 쪽은 진보정권이었다. 지난해 국회 부분이전을 위한 규칙안 처리도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다. 따라서 한 위원장의 이번 공약은 국회와 대통령실 이전에 소극적이던 기존 여당의 당론을 뒤집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 위원장의 이번 공약은 충청ㆍ세종 지역 등 선거판세를 겨냥한 승부수 성격이 짙다. 그래도 ‘반쪽 행정도시’로 각종 무리를 낳고 있는 세종시를 온전한 행정수도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성실한 공약이 되려면 입법부를 포함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문제 해법 등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기존 입장과 다른 만큼, 이번 공약이 총선 후에도 견지될 국민의힘 당론이라는 점도 확인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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