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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에너지원,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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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024 원자력에너지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세계적 탈원전 기조를 이끌었던 유럽에서 원자력 정상급 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에너지난은 곧 다가올 현실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는 인공지능, 반도체 공장 증설 등으로 향후 10년간 필요한 전력량을 현재의 17배로 늘려 잡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인공지능 등에 약 460TWh(테라와트시, T(테라):10¹²)의 전력을 소비하였는데, 4년 후인 2026년에는 최대 2.3배 증가한 1,050TWh를 소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소비되는 전체 전력량과 맞먹는 것이다. 인공지능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글로벌 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 늘리기 위해 원전 8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원자력 발전으로 전체 전력수요의 70%를 충당하는 프랑스는 현재 원전 6기를 건설 중이며, 추가로 8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은 원자력 발전소와 전력 공급망을 연계하고 있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버지니아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위해 원자력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했으며,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화석연료,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화석연료는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 대응에 유효하지 않다. 신재생에너지는 원하는 시간에 전기를 생산·공급하기 어렵고, 필요한 만큼 전기를 생산하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한편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수요지 인근에 설치가 어렵고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나름의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97년부터 차세대 SMR인 소듐냉각고속로 기술개발을 지원해오고 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냉각재인 소듐의 끓는점이 883℃로 높아 대기압 조건에서 운전할 수 있어서 압력방출에 의한 방사성 물질의 누출 위험이 없다. 핵연료 교체 주기도 최대 20년이며,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적다. 또한 경수용 원자로와 견주어 실시간 출력 제어가 용이해서 재생에너지와도 조화롭게 연동될 수 있다. 테라파워에서 개발 중인 '나트륨(NatriumTM)' 원자로도 소듐냉각 방식에 기반한 차세대 SMR이다.
그러나 차세대 SMR도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남아있다. 인·허가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경제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차세대 SMR을 실제로 구현하는 '실증'이 추진되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간 확보한 기술의 성숙도가 높고 실험장비가 구축되어 있어 여건만 마련된다면 신속하게 실증까지 추진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민간기업과 협력하여 소듐냉각고속로 외에도 선박, 해양플랜트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용융염원자로(MSR), 산업 공정열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고온가스로(HTGR) 등 다양한 차세대 SMR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기업이 기술개발을 주도하여 신속하게 차세대 SMR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3월 20일에는 국내 기업과 차세대 SMR 개발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실증을 앞당길 수 있도록 연구개발 예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일상화 시대에 인공지능으로 전산업을 혁신하고, 그 혜택을 전국민이 누리기 위해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과기정통부는 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과 동시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차세대 SMR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이며, 기후 환경과 에너지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판단이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인공지능 산업 발전도, 차세대 SMR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도 놓칠 수 있다. 빠른 결단과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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