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정갈등 국면 전환 본격화... '2000명 증원' 딜레마 해법이 관건

입력
2024.03.26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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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이어 이틀 연속 유화 메시지
한 총리 주도로 대화 협의체 곧 가동 전망
중재자 韓, 당이 돌파구 마련 창구 될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 용인시청에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허브, 용인특례시'를 주제로 열린 스물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 용인시청에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허브, 용인특례시'를 주제로 열린 스물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의료개혁에 시동을 걸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잠정 유예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꽉 막혀 있던 대화의 장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규모 방침이 확고한 상황에서, 이를 조정하지 않고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사들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총선 표심을 위한 행보였다는 비판에, 증원 규모를 양보할 경우 '원칙'을 접었다는 후폭풍에 처할 수 있는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25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만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윤 대통령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이틀째 의료계를 향해 유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존 징계절차에 대해선 윤 대통령 메시지대로 유연하게 접근할 방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유예 시기가 언제까지라고 정해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 속에,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당초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전공의 징계절차를 잠정 보류한다는 얘기다. 대화 채널 복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 총리가 주도하는 대화 협의체에 의료계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계 인사들을 포함시켜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26일, 늦어도 이번 주 중에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의정 갈등의 핵심인 2,000명 증원안에 대해 정부는 물론 의사 단체들도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어떤 대화 주제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할 수 있다"면서도 "여러 근거와 이유로 추계된 2,000명 증원안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3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의교협도 이날 '대화에 앞서 의대 증원을 먼저 철회하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의정갈등의 피해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국정운영의 주체인 여당에서는 총선은 물론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의사 출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근 의료계에서 제안된 ‘10년 동안 1,004명안’ 등을 살펴보며,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한 위원장은 이날 '증원 규모 조절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해온 방향성에 대해선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 문제에 있어 건설적 대화의 중재자로서, 그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정치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 행보에 대해 야당에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한다"(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비판도 나오지만, 여권에서는 의정 간 대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당의 역할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이날 한 위원장과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 등이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도 의대 정원수에만 매몰되지 말자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의대 증원 규모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정부와의 협의체에서 풀어내려면 사태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정치력을 발휘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의사 출신 안철수 의원과 의과대학 교수 인요한 위원장이 적임자"라고 언급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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