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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받는 의약품 유통사, 병원 못가는 제약 영업사원... "실적 하락, 임상 지연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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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병원은 거래 중인 의약품 유통업체들에게 대금 결제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의료 공백에 따른 병원 손실이 커지자 유통사로부터 받은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소모품·비품 등의 대금을 경영 정상화 후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미루겠다는 것이다. 한 의약품 유통사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외에도 국립·사립 등 대형 병원들 대다수가 유통사에 대금 지급 연장을 알린 상황"이라며 "의료 공백이 더 길어질 경우 이자 부담을 감내하지 못하는 소규모 유통사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병원에서 대금을 못 받으니 물품을 공급 받은 제약사에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지급 기한을 미뤄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계약상 협의 여지가 남아 있지만, 통상 2~4개월가량 걸리는 대금 결제 과정을 고려하면 올 2분기 이후부터는 회사 실적에 손실이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의약품 유통사뿐 아니라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들의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영업 현장의 차질은 본격화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주요 국내·외 제약사들에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병원 방문 자제 안내 건’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발송했다. 당장 진료와 수술이 줄어 원내에서 쓰이는 수액, 항생제, 항암제 등의 매출이 크기 감소하고 있는데 새로운 마케팅 활동도 기약 없이 막히면서 회사의 중·장기적 경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입원 환자가 30% 줄면 수액이나 항생제 등도 그만큼 매출이 줄고, 특정 암이나 정형외과 수술이 미뤄지면 그에 필요한 항암제와 수술 원재료는 전혀 못 쓰인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형 제약사 관계자도 "3월 들어 학술대회, 신약 설명회 등을 열지 못하면서 영업 활동을 사실상 거의 못하고 있다"며 "더구나 리베이트 신고 기간도 시작돼 적극적인 영업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보건복지부는 5월 20일까지 2개월 간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기업이 의사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학술대회 지원 등)을 공개하는 지침을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에 이어 교수진까지 일손을 놓을 경우 대다수의 신약 연구개발 임상시험에도 타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임상시험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의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병원에 남은 교수가 있어도 밀린 진료와 수술을 감당하느라 임상시험은 커녕 임상 진행에 필수인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의료 공백이 한 달 이상으로 길어지면 임상 계획들이 공식적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임상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며 경영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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