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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천식→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행진’ 어떻게 피하나?

입력
2024.03.23 08:50
수정
2024.03.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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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소아 알레르기, 환절기 때 더 심해져… '면역 치료'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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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환절기에는 자녀 건강을 챙겨야 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잔병치레가 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환경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더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우리 면역체계가 꽃가루나 먼지, 애완동물 털 같은 알레르겐(알레르기성 질환 원인이 되는 항원)에 과잉 반응할 때 발생한다. 최근 환경 오염이나 다양한 가공식품 등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박유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요즘 같은 환절기엔 급격한 기온 변화로 아이들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다양한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며 “특히 알레르기 질환은 기온 변화와 함께 실내외 오염물질과 스트레스 등으로도 더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식품 알레르기-아토피-천식-비염 등 연령 따라 다양해

소아 알레르기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체질, 즉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집먼지진드기·꽃가루·음식 등 환경적인 요인과의 상호작용으로 질환의 발생과 증상 발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소아 알레르기 질환은 연령에 따라 연이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가 태어나 음식을 처음 접하면서 겪는 식품 알레르기와 이로 인해 피부에 증상이 나타나는 아토피 피부염, 돌 이후에는 천식과 구분되지 않는 천명 기관지염이 나타난다. 4세쯤에 이르면 심한 기침으로 나타나는 소아 천식, 이어 알레르기 비염 등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 때문에 소아 알레르기 질환의 특징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부른다.

박유미 교수는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경과를 겪게 되는 건 아니다”며 “환경에 따라 증상이 일찍 또는 늦게 나타나기도 하고, 특정 질환이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또 모든 증상을 거쳐 순차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여러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늘어나는 알레르기 질환… 너무 깨끗한 환경 탓, ‘위생 가설’ ?

소아 알레르기 질환은 보통 유전적 소인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 환경적 요인을 만났을 때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다양한 형태를 보인다.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처음 먹는 음식으로 인해 나타나는 식품 알레르기나 아토피 피부염은 두드러기 같은 발진이나 심한 가려움증, 태열 같은 습진 형태로 발현한다.

이어서 나타나는 천식은 만성 기침이 주요 증상이다. 아이가 일반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데도 오랜 기간 기침이 계속 된다든지, 병원에서는 X선 촬영을 해도 이상이 없는데 밤마다 심한 기침을 하거나 호흡곤란이 있고 숨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이들에게 생기는 알레르기 비염은 장기간 반복되는 기침, 코막힘, 코가려움증, 눈을 심하게 비비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최근 소아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하는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서구화된 생활 습관, 식습관과 함께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생 가설은 전에 흙을 만지며 자란 아이들, 즉 여러 가지 병을 앓고 스스로 회복했던 아이들은 면역력이 좋고 알레르기 반응이 낮아 질환이 적은 반면, 요즘처럼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해 알레르기 질환에 취약하다는 이론이다.

소아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 인자(알레르겐)에 대한 진단은 어른보다 검사에 제약이 많은 탓에 주로 혈액검사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컨대 어른에게서는 쉽게 시행되는 피부 반응 검사의 경우 어린이에게서는 생후 12개월이 지나야 정확하게 진단에 사용될 수 있다.

또 아이들의 피부 면적이 적으므로 한 번에 많은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어린이의 경우 혈액검사에 의존할 때가 많다.

최근 이뮤노캡(ImmunoCAP) 등 면역 검사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어린이 천식은 학령기라면 어른처럼 폐 기능 검사와 기관지 유발 검사로 진단할 수 있지만 학령 전인 어린이는 폐 기능 검사를 시행하기 어려워 아직까지 명확한 진단법이 없는 상태다.

◇최근 ‘면역 치료’ 주목… 원인 파악해 집중 관리해야

아토피 피부염은 약한 피부 장벽에 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한 치료 원칙으로 피부과와의 협진을 통해 주로 보습과 목욕법 등 교육을 진행한다. 혈액검사로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파악한 후 회피하는 방법 등으로 치료한다.

또 적정량의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를 피부에 바르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할 수 있다. 피부과를 통해 진행되는 광선 치료도 어린이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천식은 우선 폐 기능 검사로 아이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중증도에 맞춰 흡입용 증상조절제를 꾸준히 사용하거나 필요 시 증상완화제를 쓰면서 폐 기능이 좋아지는 것을 추적 관찰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비강 안에 뿌리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동반되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항히스타민·항류코트리엔제 등 먹는 약을 병용해 치료한다.

소아 알레르기 질환 치료법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면역 치료’다.

박유미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이 만성질환이다 보니 오랫동안 약이나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때가 많아 엄마들이 성장 저하나 부작용 걱정으로 면역 치료를 많이 택한다”며 “대표적인 알레르기 면역 요법인 피하 주사 치료는 이미 수십 년에 걸쳐 비염에 대한 확실한 효과가 입증됐고 천식과 아토피 피부염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가 보고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알레르기 질환이 심하지 않으면 치명적이거나 위중하지 않다고 여겨 치료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대개 부모님들은 ‘자신도 그런 적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질 것’ 등 막연한 기대로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방치할 때가 적지 않다.

박유미 교수는 “소아 알레르기 질환은 처음에는 아토피 피부염·천식 등 하나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치료 후 완치되기보다 원인 물질에 따라 증상 호전과 악화를 반복할 수 있다”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표적 기관을 바꿔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해진다”고 했다.

박 교수는 “최근 알레르기 질환 검사가 쉬워지고 정확도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검사로 원인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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