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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이종섭 수사 외풍에 떠밀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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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고발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어제 귀국했다. 대사 부임을 위해 출국한 지 11일 만이다. 내주 방산 협력과 관련한 주요국 공관장 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댔다. 그는 “임시 귀국”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수사를 위한 자진 귀국이 아니란 얘기다. 그러고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일정 조율이 잘 돼서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빨리 조사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다.
이 대사가 귀국 사유로 밝힌 회의는 25일부터 호주를 비롯해 6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다. 지금껏 같은 주제로 일부 공관장만 따로 불러 회의를 연 전례는 없다. 참석자들에게 개최 사실이 통보된 시점도 그제라고 한다. 내달 말 열리는 연례 재외공관장회의에서 논의해도 무방한 내용이다. 그러니 급조된 회의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 대사가 귀국 일성으로 “조사를 받고 싶다”고 하면서 여당과 대통령실은 공수처에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이 대사를 귀국하게 했다"며 "이제 답은 공수처가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도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면 당장 조사하라"고 했다.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해 놓고는 본말 전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과 관련, 송영길 전 대표의 검찰 자진 출석 시도를 맹비난했던 것과도 완전 딴판이다.
공수처는 압박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앞서 4시간 약식조사로 출국금지 해제 명분을 제공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출국을 허락했다”고 자의적인 해석까지 내놓았다. 압수물 분석조차 안 된 상태에서 또다시 떠밀려 어설프게 소환 조사를 하면 재출국 정당성만 부여할 뿐이다. 다만 고발 6개월이 되도록 수사가 지지부진한 건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공수처를 압박하는 월권적 발언들은 멈춰야 한다. 대사 장기 공석이 문제라면 자진 사퇴든 경질이든 대사 자리를 내려놓고 수사를 받으면 된다. 그러면 공수처에 소환을 빨리 해라 마라 다그칠 이유도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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