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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된 고독, 내 탓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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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의사인 그는 하루 내내 아내의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해외에서 돌아온 그를 공항으로 데리러 오기로 한 약속을 그의 아내가 깨서다. 공항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면 걸리는 시간은 20분. 그렇게 화낼 일일까. 그에겐 '버려짐 트라우마'가 있다. 어머니가 갓난아이인 그를 떼어놓은 걸 뒤늦게 알고 난 뒤부터다. 1940년대에 그의 어머니는 반유대인 단체에 잡혀 빈민가로 끌려갔고 할 수 없이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와 어머니는 유대인이다. 백발이 돼서도 아물지 않은 상처는 개인만의 문제일까.
책 '정상이라는 환상'은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트라우마 분야를 오래 연구한 캐나다 의사인 저자 가보 마테는 질병의 원인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분석한다. 선진국 국민 3명 중 1명이 고독을 병처럼 앓는다고 한다. 직장에 헌신을 요구받고 경쟁하도록 내몰리면서 대인 관계가 뚝 끊겨버린 탓이 크다. 사회가 개인의 트라우마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코로나19 팬데믹 후 화두로 떠오른 공동체성 회복의 측면에서 시의적으로 읽힌다.
질병의 치유엔 개인의 각성도 필수. 사회가 정한 '정상' 혹은 '보통'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는 게 먼저다. 왜곡된 정상과 보통의 기준에 맞추려 아등바등하다 보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자유를 찾는 과정으로 책은 네 단계를 제시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①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통해 ②주체성을 높이고, 그것들을 얻는 데 방해가 되는 것에 ③분노한 뒤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④인정하는 것이다. 득도의 과정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독성 문화'가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쉬 읽히는 치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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