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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쪽짜리 벽돌책에 담긴 한식의 모든 것...한국인을 위한 한식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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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한국인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한식인지 아닌지를 감별하는 건 쉽지만 명확한 답을 내놓는 건 다른 문제다. 일단 식재료와 조리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비빔밥은 '콩나물, 무채 등을 밥에 비벼서 먹는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비빔밥 재료는 다른 재료로 대체될 수 있고, 전북 전주, 경남 진주 등 비빔밥의 고장마다 전통적인 조리법이 있다. 결국 설명을 완성하는 것은 재료와 조리법이 아니라 '문화'다.
984쪽짜리 '벽돌 책'인 '한식문화사전'은 한식의 근본을 살핀 책이다. 역사서, 근·현대 신문 기록, 문학·미술작품 등에 담겨 있는 한식 문화의 모든 것을 망라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대표적인 음식, 고유의 식재료부터 식기, 식사예절 등 한식을 취급하는 방식까지 정리했다. 의궤, 그림, 문헌, 희귀 사진들이 이해를 돕는다. 문학, 민족학, 미술사학, 한의학, 문화인류학 등의 분야에서 모인 전문가 15명이 집필했다.
설렁탕을 설명한 부분을 보면 음식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을까 싶다. 소고기의 머리, 잡육, 쇠뼈, 내장을 넣고 오랜 시간 푹 끓인 설렁탕이 언제부터 식당에서 판매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20세기 초반 신문 지상엔 관련 언급이 다수 등장한다. 1915년 9월 27일 자 매일신보 독자 투고란에는 상한 고기를 파는 설렁탕집에 대한 경찰 단속 강화 요구가 실렸다. 1920년 탄생한 현진건의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는 임신한 아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설렁탕 한 그릇을 못 먹이고 아내를 떠나보낸다. 설렁탕은 일제 치하의 극빈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음식이었다.
책에는 레시피 중심의 한식 책에서 볼 수 없었던 문화적 온기가 차고 넘친다. 한식을 사랑하는 독자는 물론이고 한식 연구자, K콘텐츠를 연구하고 발굴하는 사람들에게도 귀한 자료와 영감의 대상이 될 집대성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 휴먼앤북스의 하응백 대표는 "우리가 늘 먹고 사는 한식을 통시적으로 살펴 문화콘텐츠로 변환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었다"며 "한식으로 한국인의 또 다른 자화상이 그려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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