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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질 전에 바지부터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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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존 레넌과 설치-행위예술가 오노 요코가 1969년 3월 20일 결혼식 닷새 뒤인 3월 25일 ‘침상 시위(Bed-In)’를 시작했다. 공식 명칭은 ‘평화를 위한 침상 시위(Bed-In for Peace)’로 베트남전쟁 종전과 국제 평화를 위한 허니문 퍼포먼스였다.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그들 부부가 “금세기 최고의 무검열 러브-인(love-In)”을 계획하고 있다고 꽤나 자극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힐튼호텔 702호실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시작된 둘의 침대 시위는 하지만, 일부 기대와 달리 경건하리만치 담담하게 진행됐다. 긴 생머리에 하얀 잠옷을 “천사처럼” 갖춰 입은 둘은 창가 침대에 나란히 기대 앉아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창에는 ‘HAIR PEACE(두발의 평화)’ ‘침대의 평화(BED PEACE)’란 문구의 팻말 두 장이 붙어 있었다.
장발은 60년대 히피들이 고집하던 평화의 상징이었다. 레넌은 세상이 자신들의 퍼포먼스를 진지하고 엄숙하게 이해하기보다 유머러스한 퍼포먼스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며 “우리의 반대자들은, 그들이 누구든, 또 어떤 입장이나 감정을 표명하든 유머를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은 더 많이 웃어야 한다”고 말했고, 요코는 “맞다, 사람들은 주먹질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의 바지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31일까지 일주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이어진 ‘시위’를 끝낸 뒤 부부는 세계의 정상들에게 도토리를 선물로 보내며 평화의 상징으로 심어달라고 청했다. 그 도토리가 나무로 자란 예는 알려진 바 없다.
각각 기혼이었던 둘의 결혼을 못마땅해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고 특히 비틀스 팬 다수는 요코로 인해 팀이 와해됐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일각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관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돌리고자 벌인 쇼라 폄하했지만, 둘은 5월 26일~6월 1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킹 에드워드 호텔에서 두 번째 침대 시위를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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