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개 의대 중 24개교 교수 "집단사직"… '의료대란' 기로에 선 한 주

입력
2024.03.17 19:00
수정
2024.03.17 22: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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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결의 17개교... 7개교는 사직 논의 중
'전공의 면허정지 발효' 25일 결행 예고하고
정부에 '2000명 증원 철회' 조건부 대화 요청
정부 "과거와 같은 패턴... 집단행동 막겠다"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한 의료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교수연구동에 한 의료 관계자가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40개 의대 중 절반 이상, 최소 24개교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결의하거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련병원 이탈 전공의에 대한 의사면허 정지 처분이 발효되는 이달 25일을 사직 시점으로 예고한 채 이들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철회해야 대화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은 타협 불가 사안으로 못 박으면서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40개 의대 가운데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공식 결의한 곳은 17개교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서울대·연세대·울산대 등 20개 대학이 참여한 전국 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16개교가 25일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고,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이 따로 사직을 결의했다. 비대위는 대학별 사직 찬성률이 최저 73.5%, 최고 98%로 "압도적 찬성으로 결의됐다"(방재승 위원장)고 자평했다.

여기에 교수들이 집단사직을 논의 중인 곳으로 파악된 7개교를 포함하면, 최소 24개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15일 비대위 회의에 참여한 의대 중 4개교가 사직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고, 전남대 동아대 한림대는 개별적으로 사직을 의논하고 있다. 이밖에 의대 교수들이 성명 등을 통해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곳도 9개교라, 집단사직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비대위는 집단사직 결행 시점을 25일로 예고했다. 이날은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정부로부터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받은 전공의들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시한으로, 의견이 없으면 정부 직권으로 면허정치 처분이 발효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의대 교수들의 사직 날짜 지정은 전공의 제자들에 대한 처벌 중단을 정부에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19일에 집단사직 결행을 논의할 계획이라 25일이 되기 전에 교수 집단행동이 현실화할 여지도 있다.

비대위는 아울러 '2,000명 증원' 철회를 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조건으로 걸었다. 방 위원장은 전날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이번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대 교수마저 환자를 버렸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사직 완료 시까지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진료는 끝까지 보겠다"고 말했다. 개원의들이 모인 개원의협의회에서도 주말ㆍ야간 진료를 축소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에 이어 개원의마저 집단행동에 가세할 경우 의정 갈등이 한층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증원 규모는) 절대 조정할 수 없다"며 조건부 대화 제안을 물리쳤다. 또 2000년 의약분업과 2020년 의대 증원 국면의 의사 집단행동을 언급하며 "전공의들이 먼저 집단행동을 하고 교수들이 제자들을 건드리지 말라고 집단행동을 하는 것과 똑같은 패턴"이라며 "(의사들의) 잘못된 집단행동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아울러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개별 대학 총장들이 (의대 교수들의) 사직을 수리하지 않으리라 본다"며 집단사직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비상진료체계를 철저히 이행하며 의료개혁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복지부는 앞서 "의대 교수도 의료인"이라며 집단행동에 맞서 진료유지명령 등 행정명령 발동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근로계약상 고용 기간이 정해진 전공의와 달리 의대 교수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사직을 원천 봉쇄하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립의료기관도 교수 집단행동 비판에 나섰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교수마저 환자를 볼모로 단체행동을 하는 상황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주 원장은 지난 15일 이 병원 전문의들이 "현 사태의 책임은 정부에 있으며 전공의를 지지하겠다"는 성명을 낸 것에 대해서도 "전공의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집단행동을 옹호하는 태도는 문제를 이성적으로 풀어가는 데 적절치 않다"며 내부 단속에 나섰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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