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밥 먹다가 얼굴이 ‘찌릿찌릿’ 삼차신경통이라면 치과 치료해도 소용없어

입력
2024.03.17 20:20
20면
구독

[건강이 최고] 삼차신경통, 5번째 뇌신경이 혈관에 눌려 통증 유발

얼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삼차신경통은 중년과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얼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삼차신경통은 중년과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제부턴가 얼굴 한쪽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 60대 남성 A씨.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하고 예리한 통증이 지속되자 고민 끝에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삼차신경통’이었다.

10만 명당 20~40명에게 나타나며, 50~6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다. 삼차신경통으로 지난해 진료받은 환자의 69.4%가 여성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삼차(三叉)신경은 12개의 뇌신경 가운데 5번째 뇌신경으로, 눈신경·위턱신경·아래턱신경 등 세 분지로 나뉜다. 감각신경 역할을 하며, 각각 통각·촉각 등 얼굴 감각의 3분의 1씩을 담당한다. 삼차신경 이름은 신경이 세 분지로 갈라지는 데서 생겨났다.

삼차신경통은 이들 분지 가운데 1개 이상의 분지를 따라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삼차신경통 통증은 통증 평가 척도인 ‘바스(VAS) 스코어’에서 10점으로, 산통(産痛·8~9점)보다 더 심하다.

오랫동안 혈관 등에 의해 삼차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통증이 생긴다. 얼굴 한쪽에 전기에 감전된 듯한 찌릿함, 가만히 있다가 놀랄 정도의 예리한 고통이 갑자기 찾아오는 게 특징이다.

치통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삼차신경통과 치통은 전혀 다른 증상이다. 치통의 경우 잠잘 때 고통이 심하고 간헐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삼차신경통은 수초에서 수분에 걸쳐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치과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지속된다.

최은주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삼차신경통 환자 가운데 통증을 치과 문제로 여겨 치과에서 오랫동안 치료받아도 통증이 호전되지 않아 마취통증의학과나 신경과, 신경외과 등을 찾기도 한다”고 했다.

삼차신경통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과 시술·수술로 구분된다. 약물로 초기 치료에 나서고, 고주파 삼차신경근 절단술·풍선 압박술 등 시술을 시행될 수 있다.

강한 방사선을 삼차신경에 쬐는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도 있다. 삼차신경통의 주요 치료법으로 알려진 건 ‘미세혈관감압술’이다. 귀 뒤쪽 피부를 동전 500원 크기로 절개하고 테플론이라는 특수 스펀지를 이용해 삼차신경과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혈관을 분리하는 수술법이다.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할 때 테플론을 삽입하지 않고도 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분리하는 전이 수술도 이뤄지고 있다. 손병철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 같은 수술을 250건 넘게 시행해 약물·주사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삼차신경통 환자의 예후(치료 경과)를 높이고 있다.

김명지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삼차신경통은 극심한 고통이 수반돼 환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며 “무엇보다 뇌신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특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치통 등과 구분할 수 있는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치료법에 따라 장단점이 있는 만큼 통증이 지속된다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아 근본적인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