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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정인숙 여인 피살사건(1970)

입력
2024.03.18 04:30
수정
2024.03.18 09:53
25면

편집자주

매일매일, 시시각각 한국일보 플랫폼은 경쟁매체보다 빠르고 깊은 뉴스와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54년 창간 이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거나 국민적 감동을 이끌어낸 수많은 특종이 발굴됐다. 지난 70년 다수의 특종과 사건 중 파장이 컸던 내용들을 연도별로 안배해 ‘70대 특종’을 골라내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개한다.

정인숙 여인이 피살된 승용차 사진이 게재된 1970년 3월 18일 자 한국일보 사회면

정인숙 여인이 피살된 승용차 사진이 게재된 1970년 3월 18일 자 한국일보 사회면

정인숙 피살사건은 제3공화국 당시인 1970년 3월 17일 밤 11시경,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절두산 근처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가장한 총격 살인사건이다. 코로나 승용차에는 정인숙(본명 정금지ㆍ26) 여인이 목과 가슴에 두 발의 총알을 맞고 숨져 있었고, 정씨의 오빠 정종욱씨는 넓적다리에 관통상을 입었다.

정종욱씨는 지나가던 택시기사에게 도움을 청해 구조되었다. 고급요정 선운각에서 일하던 정 여인은 정일권 국무총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야당은 한때 이 사건 배후로 정권 최고위층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검찰 수사 도중 시중의 소문을 증폭시킬 증거물이 다수 나왔다. 정 여인 집에서 정관계 고위층의 명함 26장이 포함된 33장의 명함이 쏟아져 나왔다. 명단에는 이후락, 김형욱 등 대다수 5·16 주체세력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알려진다.

1주일 후에 나온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범인은 오빠 정종욱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종욱은 동생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면서 문란한 행실을 지적했으나, 말을 듣지 않고 심한 폭언을 가해 가문의 명예를 위해 누이동생을 암살하고 강도를 당한 것처럼 위장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사건의 정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한국일보 기자가 기지를 발휘해서 찍었다. 사건 당일 독자로부터 마포 강변도로에서 총소리가 나고 승용차에 여자가 죽어있다는 제보가 전달됐다. 사진기자와 사건기자들이 현장에 달려갔지만 자동차는 없었다. 경찰이 중요 증거인 자동차를 취재진이 발견하지 못하는 곳으로 옮겨 놨기 때문이다.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해당 자동차가 언론의 눈을 피해 서울 마포경찰서로 옮겨진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일보 사진부 최동완 기자는 눈이 내리는 밤, 서울 마포경찰서 뒷마당 은밀한 곳에 숨겨진 차량을 찾을 수 있었다. 또 차 안에 손전등을 비춰가며 차량 안팎을 찍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뒷좌석에 잠자는 것처럼 누어 있던 정 여인도 찍혔다. 이런 방식으로 다수의 사진을 찍었지만, 엄혹한 정치 환경 때문에 모든 사진을 추가로 게재할 수는 없었다.

한국일보 70년·70대 특종(연도순)

4
한국일보 탐사대, 경주 앞바다 문무왕릉 확인(1967)
5 설악산 '죽음의 계곡' 산악등반대 조난사고 (1969)
6 정인숙 여인 피살사건(사진·1970)
7 대한항공 '포커 F-27' 쌍발 여객기 납북 시도사건(1971)
8 기적의 소녀 조수아(사진·1972)

※연재 일정상 70개 특종 가운데 50개를 선별 게재하기 때문에, 일부(예: <5>설악산 '죽음의 계곡' 산악등반대 조난사고·1969) 특종은 소개되지 않습니다. 독자님들의 양해바랍니다.



창간70주년 준비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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