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이번엔 '교수 대 정부'... 의정갈등 2차전 본격화

입력
2024.03.13 18:30
수정
2024.03.13 18:43
1면
구독

19개 의대 교수들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논의
개별 의대도 속속 비대위 체제 꾸려 집단 대응
복지부 "교수도 의사, 진료유지명령 가능" 경고

13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뉴스1

13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뉴스1

전공의와 정부의 대립이 주축이었던 의정 갈등이 '의대 교수 대 정부'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교수들은 집단사직 일정을 예고하며 전공의 제자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반면, 정부는 교수들도 진료유지명령 발동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맞받았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등 19개 의대 교수들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5일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다만 사직서를 내더라도 수리되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가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으면 18일 사직서 제출을 결의하겠다고 밝힌 것을 필두로 개별 의대에서도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충남대 의대, 충남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전날 임시총회를 열고 개인 의지에 따라 사직을 결정하기로 했다. 전북대 의대와 전북대병원 교수들도 같은 날 긴급 회의를 열고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정부는 즉각 견제에 나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 움직임에 "의대 교수 역시 의료인으로, 의료법에 해당하는 각종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 차관은 "제자들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사직한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며 "제자들 불이익은 면허에 관한 것이지만 환자들에겐 생명이 걸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 비대위가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 후 조정' 방안은 정부가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양측의 타협 여지는 한층 줄어든 상황이다. 박 차관은 이날도 "의대 증원 규모를 전제조건으로 한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한민국은 의사가 부족하고 증원을 늦출수록 수급 균형에 도달하는 시기가 늦어져 국민 고통이 길어진다"며 재차 쐐기를 박았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자 환자단체는 맹비난했다. 김성주 중증질환자연합회 대표는 "치료와 수술이 연기돼 극심한 고통을 받는 무고한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전공의들이 피해자 역할을 자처하려 한다"며 "교수들은 환자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철학을 보여주긴커녕, 의사들 주장이 수용되지 않으면 함께 옷을 벗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전날 집계 기준 1,234건으로, 의료이용 불편 598건, 수술 지연 332건, 입원 지연 21건 등이다.

복지부는 의료개혁 세부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날부터 한 달간 3차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 환자가 1, 2차 병원으로 전원되는 경우 전액 환자 본인 부담이었던 구급차 이용료를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경증·비응급 환자에게 전원을 안내한 상급종합병원에도 15일부터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박 차관은 "비상진료체계 이후 오히려 대형병원 환자 집중이 완화되고 중증도에 맞게 의료전달체계가 작동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현행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15일 관련 개편안을 논의할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의료 공백을 메울 대체인력에 대한 정부의 인건비 지원안도 구체화했다. 신규 채용 의사는 월 최대 1,800만 원, 간호사는 400만 원을 이달 안에 지원한다. 당직수당도 지급한다. 상급종합병원 기준 의사는 일평균 최대 45만 원(휴일은 90만 원), 간호사는 최대 15만 원이다.

박지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