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의협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문건 게시 디시인사이드 압수수색

입력
2024.03.1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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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 여부 확인 후 혐의 입증 검토
'파업 불참인원 명단' 문건에 포함

주수호(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1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종로구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 사이버수사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수호(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1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종로구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 사이버수사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문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의협 문건이 게시된 디시인사이드를 압수수색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7일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두 쪽 분량의 의협 작성 추정 문서에는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 작성·유포 △정부 의료정책 반대 여론 형성 방법 △사직서 제출 및 해당 여론 조성 방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본인을 '의협 관계자'로 소개했고, 문서엔 의협회장 직인이 찍혀있다. 의협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경찰은 해당 문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후 의협 관계자들에게 적용된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 입증에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볼 계획이다. 의협 전·현직 집행부 5명은 현재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 서울청장은 "고발된 의협 관계자들이 전공의 집단행동을 지원했는지를 파악해 각 병원에 대한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를 입증하게 될 것"이라며 "의협 차원의 구체적 지침이 있었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한 작성자도 소환 조사를 마쳤다. 해당 작성자는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중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자료를) 지우고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고 독려한 혐의(업무방해)로 입건됐다. 조 서울청장은 "9일 작성자를 불러 조사했고, 동기를 공개하긴 어려우나 본인이 작성한 게 맞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부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수사의뢰할 것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도 착수했다. 조 서울청장은 "현재 (의사 집단행동 관련) 수사 사건 중 전공의 관련 내용은 없다"면서도 "다수가 고발될 경우를 감안해 여러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잇단 비위, 실질적 책임 묻겠다"

서울청은 잇따르고 있는 서울 경찰 비위와 관련해선 분명한 책임을 묻을 방침이다. 조 서울청장은 "서울 시민께 면목이 없고 청장으로서 참 송구스럽다"며 "일선 경찰관들에게 호소도 하고 관리자들에게 강한 주문도 했는데, 이번 주부터는 실질적으로 주문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확실히 물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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