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암 치료도 거부... 환자단체 "정부-의사 갈등에 중증환자만 피해"

입력
2024.03.11 16:54
수정
2024.03.11 17:01
10면

중증질환연합회 피해사례 공개
의사들에겐 "현장 신속한 복귀"
정부엔 "사태 시급한 해결" 촉구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태연 기자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태연 기자


"4기 암 판정만 해놓고 치료를 못 하겠다고 하면, 환자는 어쩌란 말입니까?"

지난달 A씨의 아버지는 한 대형병원에서 식도암 4기 판정을 받았다. 판정 당시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이 해준 것은 '4기 암'이라는 설명과 시한부 선고가 전부였다. 향후 치료 계획에 관해선 아무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단다. 병원 쪽에선 "전공의 사직 사태로 입원을 시키거나 치료할 여력이 없으니 알아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보호자 A씨는 "치료가 어렵다고 환자를 내쫓을 작정이었다면 각종 검사는 도대체 왜 실시한 거냐"며 "저희 가족은 철저히 버림받은 기분이었다"고 분노했다.

질환별 환자단체들이 모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연합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보호받아야 할 환자들이 양쪽의 갈등 상황에서 협상 도구로 전락해 볼모가 되고 있다"며 정부와 의사단체를 동시에 비판했다. 또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 추진을 중단하고,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의사들에 대해 "집단행동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이날 식도암 4기임에도 치료를 거부당한 A씨 부친의 사례 등, 의사 집단행동 이후 중증 환자들이 겪고 있는 피해 사례 12건을 소개했다. 이날 발표한 피해 사례 중에는 수술 일자가 잡혔는데 돌연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2022년 암 판정을 받은 60대 환자 B씨는 이번달 18일 수술 일정이 잡혔으나 수술 전 검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병원 측으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대형병원에서 밀려나 요양병원에 간 다음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70대 암환자 C씨는 지난달 20일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입원하고 있던 병원에서 퇴원을 종용받았으며, 요양병원으로 옮긴 다음 날 숨을 거뒀다. 연합회의 김성주 회장은 "중증환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는지 알리기 위해 피해 사례를 공개하게 됐다"며 "2주 전부터는 법무법인과 함께 의료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연합회는 "정부가 집단적 진료거부 사태를 유발하고 환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 사태를 빨리 풀어보려는 노력을 하는 대신, 사태의 장기화를 예측하면서 비대면 진료사업이나 진료지원(PA) 간호사 양성화 등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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