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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 매코널이 미국 정치에 남긴 발자취

입력
2024.03.12 04:30
수정
2024.11.25 15:38
27면

미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미치 매코널. AP 뉴시스

미치 매코널. AP 뉴시스

지난주 미국에서는 중요한 일들이 많았다. 월요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투표용지에서 빼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연방대법원이 결정했다. 슈퍼화요일에는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 모두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수요일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공화당 경선에서 사퇴하면서 올해 대선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재대결로 확정되었다.

이 와중에 중요한 뉴스 하나가 흐지부지 넘어갔다. 연방상원의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이 올해 말 선거 이후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1942년생, 만 82세인 그는 1985년부터 40년 동안 켄터키주를 대표하는 연방상원직을 수행해왔다. 2003년 공화당 원내부대표를 맡은 이후 2007년부터 지금까지 18년간 원내대표를 하고 있는데, 역사상 최장수 상원 원내대표이다.

매코널 대표의 가장 큰 발자취는 필리버스터의 일상화를 만든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상원 본회의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칭하는데, 이를 중단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 3인 60명이 찬성하는 '클로처(cloture)'가 필요하다. 이전에는 중요한 안건에 대해서만 필리버스터를 했지만, 매코널은 2007년 소수당 원내대표가 된 이후 매일매일 소수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를 하도록 종용하여 거의 모든 안건에 클로처가 필요하게 만들었다. 또 클로처에는 공화당 의원 모두가 반대하도록 독려했다. 상원에서도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는 과반수만 필요하지만 법안의 상정 자체에 60명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비정상 상태가 정상이 되었다.

또 다른 발자취는 연방대법원의 보수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2016년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해서 생긴 공석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진보성향의 메릭 갈런드 판사를 임명했다. 그런데 매코널은 "대선이 있는 해에는 상원에서 대법관 인준을 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주장을 펴며 인준을 거부했다. 잘 알다시피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매코널은 보수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을 인준했다. 그러다 2020년 9월 진보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했는데, 이번에는 과거의 주장을 180도 바꾸며 대선을 불과 8일 앞두고 보수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인준했다.

물론 매코널 대표는 초당적인 입법에도 열린 태도를 가진 실용적 전통 보수주의자였다. 그래서 트럼프와 공화당 내 극우분파와 그리 좋은 사이도 아니다. 올해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이 매우 높게 점쳐지는데, 새 공화당 원내대표가 들어서면서 생길 상원 공화당의 변화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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