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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멕시코 성노예'가 바이든 탓?... 미 공화 '비밀병기'의 뻔뻔한 거짓말

입력
2024.03.10 10:40
수정
2024.03.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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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브릿 의원, 바이든 국정연설 대응
성노예 피해자 언급하며 국경 정책 비판
NYT "부시 정권 때 멕시코 현지서 발생"

케이티 브릿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응하는 연설을 자택 부엌에서 하고 있다. 미 CNN방송 유튜브 캡처

케이티 브릿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7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응하는 연설을 자택 부엌에서 하고 있다. 미 CNN방송 유튜브 캡처

미국 공화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 대응하기 위해 내세운 최연소 여성 상원의원이 사실과 다른 내용의 연설로 뭇매를 맞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 케이티 브릿(42) 상원의원(앨라배마)은 지난 7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반박하는 대응 연설을 자택 부엌에서 했다. 공화당은 만 81세 4개월인 바이든 대통령의 딸뻘인 젊은 여성 의원을 내세워 그의 약점인 고령을 부각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으로선 '비밀병기'를 쓴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일단 브릿 의원의 연설이 연기하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어조, 떨리는 목소리 톤 등이 당내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게다가 연설 장소를 주방으로 택한 데 대해서도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같다" "의사당이 아니라 주방에 브릿 의원을 둔 건 완전히 이상했고 실패였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사실 관계부터 틀린 연설 내용까지 집중포화를 맞았다. '문제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브릿 의원은 과거 멕시코에서 4년 동안 '성노예' 피해를 당한 '칼라 자신토 로메로'라는 이름의 여성을 언급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정책은 수치 그 자체"라고 말했다. 자신토가 멕시코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돼 성노예 생활을 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정책 탓이라는 취지의 언급이었다. 브릿 의원은 "우리는 제3세계 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 사건이 발생한 건 바이든 행정부 때가 아니라,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시기인 2002년이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자신토가 구출된 것도 2006년, 마찬가지로 부시 행정부 시절이다. 또, 자신토가 납치된 장소 역시 미국 또는 미국·멕시코 접경 지역이 아니라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였으며, '성노예 학대' 또한 멕시코 현지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인데도, 이 초선 상원의원은 이민자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증폭시키기 이를 사용했다"며 "마치 현 대통령이 (마음만 먹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강력히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릿 의원 측은 연설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브릿 의원의 대변인 숀 로스 성명을 통해 "그의 이야기는 100% 옳았다"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역겹고 잔인한 인신매매의 무고한 희생자들이 더 많다"고 밝혔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의 직접적 책임이 무엇인지,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사건이 미국 국경 정책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 후속 질문에 로스는 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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