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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22년 말 러의 우크라 핵 공격 실제 대비... 시진핑·모디에도 SOS"

입력
2024.03.10 09:00
수정
2024.03.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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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 미 당국자 인용 보도
"러시아, 전쟁 열세 몰리자 대비"
미 NSC 소집, 러 당국자 접촉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을 방문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에 탑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카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을 방문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160M에 탑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카잔=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022년 말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핵 공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대비했다는 미 고위 당국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1945년 미국의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이후 80여 년 만에 또다시 인류가 핵 재앙에 직면할 뻔했던 셈이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 공격을 감행하진 않아 아찔한 상황은 피했으나, 여전히 안심하긴 이르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말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열세에 몰린 러시아가 전술 혹은 전장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러시아가 유일한 점령지였던 헤르손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등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 반격에 밀린 것이 이러한 가정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군이 전쟁에서 방사능 폭탄을 사용했다'는 러시아의 거짓 주장도 미국 정부의 우려를 키웠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에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022년 10월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서방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방사능 폭탄을 전쟁에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핵 공격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미국의 대응책을 논의한 것은 물론, 러시아와의 대화에도 나섰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직접 접촉해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튀르키예에 급파해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만나게 하기도 했다.

심지어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 인도 정부에도 '러시아의 핵 공격을 저지해 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바이든의 아마겟돈(최후의 전쟁) 순간: 우크라이나에서 핵폭발이 가능해 보였을 때'라고 표현하면서 "2022년 10월 몇 주 동안 백악관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위기에 휩싸였다. '공포의 새 시대'를 흘끔 보는 듯했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접촉했던 게 러시아의 핵 공격 위험을 피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외교적 노력' 효과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핵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가능성 제로(0)'로 볼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국자는 CNN에 "러시아의 핵 공격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줄어들긴 했다"면서도 "앞으로 몇 달 안에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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