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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일으키는 '녹내장', 안압이 정상이어도 발생

입력
2024.03.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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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정상 안압(10~21㎜Hg)이어도 녹내장 생겨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으로 진행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 사진

녹내장이 생기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녹내장으로 진행되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장면. 한국일보 자료 사진

녹내장(綠內障·glaucoma)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3대 실명 질환의 하나다.

높은 안압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 정도가 개인마다 다르기에 정상 범위의 안압이어도 발생할 수 있다.

녹내장은 초기 자각이 어려워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녹내장이 꽤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근시가 있거나 노화가 진행 중이라면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녹내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안압이 시신경을 손상시켜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으로, 이때 높은 안압이란 특정 수치가 아닌 개개인의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적정 안압보다 높은 수준을 뜻한다. 고령층에서 녹내장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도 나이가 들면서 안구 노화로 인해 시신경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상 안압(10~21㎜Hg) 범위 안에 있으면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여기기 쉽다. 정상 안압 범위는 녹내장이 아닌 사람의 안압을 통상적으로 측정했을 때 나온 결과다. 따라서 정상 안압 범위에 있다고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로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은 정상 안압으로 수치화되어 있는 범위와 다를 수 있다. 눈이 견디지 못한다면 안압이 15㎜Hg 정도만 돼도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높은 안압도 잘 버티는 눈이라면 안압이 30㎜Hg까지 상승해도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각막이 얇거나 물렁한 사람은 안압이 낮게 측정될 수 있어 실제 안압이 높지만 정상인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므로 초기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중기가 넘으면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운전 시 주변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는 걸 알아채지 못하거나 테니스를 할 때 일정 순간에 공이 오는 것을 놓치고, 계단을 내려갈 때 발을 헛디디는 등 일정 시야 범위를 놓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정상 안압 녹내장을 포함해 녹내장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안압을 낮춰 시신경 손상 진행을 막는 것이다. 안약을 눈에 점안하는 약물 치료를 주로 시행하게 되고 이때 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안압이 잘 조절되더라도 시야가 나빠지는 증상이 지속되면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녹내장은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해 빨리 치료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음주·흡연 등 안압이 올라갈 수 있는 행동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정기적인 검사로 안압 조절 여부와 진행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내장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근시가 있거나 눈 노화가 진행 중이라면 정상 안압녹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에 정기검진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을 발견하기 쉽지 않기에 노화와 함께 시신경이 약해질 수 있는 40세 이후라면 정기적으로 안저(眼底) 검사를 하는 걸 권고한다”고 했다.

정 전문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을 앓고 있다면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안압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고 눈으로 가는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자전거 타기·달리기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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