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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출마 가능” 대법 판단 뒤 바이든·트럼프 ‘프레임’ 싸움

입력
2024.03.05 16: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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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이든을 ‘비겁한 박해자’로
바이든은 트럼프에 ‘상습 불복’ 낙인
트럼프 형사 재판 시기가 남은 변수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 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 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팜비치=AP 연합뉴스

상대방을 각각 ‘비겁한 박해자’와 ‘상습 불복자’로 규정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프레이밍(틀 짓기)’ 싸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미 콜로라도주(州) 대법원 판결로 불거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 시비가 미 연방대법원에서 “출마 가능” 쪽으로 정리되면서다.

미 연방대법원은 4일(현지시간) 2021년 1·6 의사당 폭동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피선거권을 빼앗은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 연방대법관 9명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의 공직자가 내란이나 반란에 가담한 경우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한다'는 미 수정헌법 14조 3항에 따라 공직자 자격을 박탈하려면 그 기준과 방식에 대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트럼프 “판·검사 이용 말라”

세 번째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의 굳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찜찜함을 털었다. 결정이 공개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했다. ‘정적을 탄압하려 법을 동원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였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려 검사·판사를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91개 혐의로 네 차례 형사 기소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은 공교롭게 이날 공개된 미국 잡지 뉴요커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그는 ‘취임 첫날 독재’, ‘이민자는 미국의 피 오염’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 발언 사례를 거론하며 “10년 전 내가 저런 말을 했다면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군’이라 말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패배할 경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트럼프 겨냥 소송 산 넘어 산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일 주말을 보내기 위해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직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일 주말을 보내기 위해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기 직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출마 길이 막힐 위험은 사라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가도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단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기도 건 재판은 미뤄졌다. 그의 면책 특권 주장을 연방대법원이 살펴보기로 최근 결정하면서다.

문제는 나머지 소송이다. 가장 진도가 빠른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은 이달 말 재판이 시작된다. 감형 조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산 부풀리기 의혹 건 관련 위증 사실을 4일 인정한 측근 변호사가 검찰에 입막음 혐의 입증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온다. 6,000억 원이 넘는 사기 대출 민사 재판 패소 벌금도 부담이다.

5일은 16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 등 총 17곳에서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이다. 민주·공화 양당 모두 가장 큰 규모다. 자격 논란을 지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압도 중인 경선 레이스에도 종지부를 찍을 기회가 될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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